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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소셜프로젝트

[칼리의 지구별여행기] 4번째 만남

주말이 휴식인 다른 직장과 달리 지구별여행자를 준비하는 트래블러스 맵의 교육여행팀은 주말을 준비하면서 한 주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기대되고 설레이기도 하고, 불안하고 부담스럽기도 한 단 하루 뿐인 토요일입니다. 어느덧 네 번째 만남이네요.

 

수업은 10시 30분에 시작되지만 여는모임을 위해 10시까지 모입니다. 지난번 수업까지만 해도 부모님들과 함께 오는 궁별들이 많았는데 이번주부터는 혼자 오는 친구들이 많아졌습니다. 덕분에 10분 정도 지각을 하는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가재가 야심차게 준비한 ‘아침산책’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늦어서 참여를 못한 궁별들은 칼리랑 같이 몸놀이 수업을 준비하기로 하고,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춘 궁별들은 다 함께 모여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4월 셋째주에 있을 동강 걷기여행을 준비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하자센터 주변의 동네를 한번 알아보자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걷는 행위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이야기하며 걷기, 말하지 않고 걷기, 주변 들여다보며 걷기 등)을 알고 그 중 우리와 잘 맞는 것, 우리에게 필요한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겠고요.

 

아침산책을 마치고 나서는 곧바로 몸놀이 수업으로 이동합니다. 몸놀이 수업을 진행하시는 초대길별 둘리선생님이 일찍 와서 궁별들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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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교육의 부재 때문인지 저는 몸으로 노는 것에도 서툴고 기계를 사용해서 노는 것에도 서툽니다. 게임난독증이라고 스스로 일컫는데, 게임의 규칙이나 룰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게임을 해서 승부를 가르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며, 시합을 아무리 열심히 봐도 경기가 끝났을 때 어느 팀이 이겼는지 즉각적으로 깨닫지 못하는 증상입니다.

아이들과 몸놀이 수업에 참여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이 모든 ‘놀이’ 의 목적은 사실상 승부에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즐겁게 노는 것이라는 겁니다. 게임의 룰을 이해하고, 요령을 알아가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될 수 없다면 놀이도 숙제나 일과 같은 것이 되고 말겠지요. 이기고 지는 것에만 집착하는 순간에 놀이는 쉽게 그 흥을 잃습니다. 술래가 되는 것이 마냥 두렵기만 해도 놀이는 재미가 없을 것이고 갑자기, 아이들 모두가 술래가 되고 싶어하는 순간에도 게임은 그 리듬을 잃습니다. 세상 사는 것을 즐기듯이 그 리듬을 타며 놀이도 즐기는 거겠지요. 라고 둘리선생님의 천재적인 몸놀이 진행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오늘의 놀이 재료는 신문지입니다.

 

 

우선 신문지를 최대한 길게 찢어봅니다. 신문지의 무게와 질감을 손으로 만지고, 던지고, 받아보며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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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는 그냥 마음껏 찢습니다.

 

이쯤 되면 저는 불안해져서 가재에게 묻습니다.

...우리 쓰레기 봉지 어디있어요? 저게 다 들어가는 쓰레기 봉지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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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게 찢은 신문지 조각을 가운데로 모아봅니다. 자, 이게 뭘까?

이것은 눈밭이랍니다. 혹은 침대랍니다.

한 명씩 들어가서 마음껏 뒹굴어 봅니다. 친구들이 눈을 뿌려주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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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엔 신문지에 그 눈을 넣고 돌돌 말아서 둥글고 예쁘게 공을 만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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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예쁘고 튼튼하게 만들어진 공으로 공놀이도 하고요. 신문지로 만들어진 공은 탄성이 없어서 주고 받으며 놀기가 힘듭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이 공을 최대한 많이 튕길 수 있을까? 신문지 공을 한번씩 만져보면서 질감과 무게를 확인하고, 직선으로 곧게 던지는 것보다 위로 튕기는 것이 더 쉽다든지, 너무 높이 튕기면 받기가 힘들다든지 하는 요령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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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놀이 수업을 마치고 나면 점심시간입니다. ‘소풍가는 고양이’에서 매주 맛있는 점심을 배달해 주십니다. 서로 서로 권하면서 다 함께 나눠먹고, 내가 먹은 자리는 내가 치우자고, 식사시간마다 강조하는데 ‘내가 먹은 자리’라는 것의 경계가 불분명한 까닭인지 식사를 마치고 난 식탁에는 항상 조금씩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이날 닫는 모임에서 가재는 이에 대해 한마디 했지요.

‘식사하고 나서 식탁을 치우는 게 싫었어. 먹은 사람들이 뒷정리를 끝까지 해 줬으면 좋겠어.’

그래, 내가 하기 싫은 건, 남도 하기 싫은 건데. 그런데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이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함께 식사한 자리를 함께 정리하고, 그 정리가 끝난 후에 자유시간을 갖자고, 그렇게 정리했습니다.

 

오후수업은 젠더워크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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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준비해 오신 낱말 중에 무엇이 여성스럽다고 느껴지는지, 무엇이 남성스럽다고 느껴지는지 각자 4~5개 정도씩 고르고 분류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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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스러운 것과 여성스러운 것들을 각각 합친 다음에 생각합니다. 과연 이 특성들이 여성스럽고 남성스러운 것일까? 신체적인 특징들을 제외하고는, 그냥 개인적인 특성들은 아닐까? 예민하거나 거친 것, 상냥하거나 씩씩한 것 등.

 

신체적인, 특히 생식기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남녀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는 인종도 그렇다고 합니다. 백인과 흑인, 황인종 사이에 피부색 말고는 그들을 구분할 어떤 생물학적인 차이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다르고, 너무 달라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문을 닫아 버리는 것에 비해 실제로 우리와 그들 사이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말이겠지요.

 

‘남성다움’, ‘여성다움’ 에 대한 장보기가 끝난 후에는 동영상을 봅니다.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라는 동영상을 시작으로 우리와 다르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었습니다.

 

닫는 모임에서는 언제나 소감을 나눕니다. 오늘 좋았던 것과 잘한 일을 생각해보고, 그렇지 않았던 일들도 생각해보고.

 

오늘 우리는 밥도 잘 먹었고 몸놀이도 즐겁게 했으며, 젠더워크샵에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지각을 한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건 처음으로 혼자 와보는 거라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잘 짐작할 수 없어서 그런 것 같아. 다음번에는 시간에 맞춰서 잘 올 것 같아.

점심먹고 나서 정리하는 게 잘 되지 않았던 것 같아. 다음부터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도 하기 싫다는 걸 기억하면서, 끝까지 정리하자.

 

그리고, 끝~.

인사하고 헤어지자. 인사는, 수고한 길별들 한번씩 껴안아주고 나가기.

라고 마무리를 했는데 의외로 아무런 저항 없이 저를 껴안아주고 나가는 궁별들 모습에 깜짝 놀랐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