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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맵 소식/공지사항

[여행탐구생활] 로드스꼴라 떠별들의 여행기획자 데뷔기

로드스꼴라 1기 떠별들이 학교와 인연을 맺은 지 2년이 되어갑니다. 길가온 과정 수료식이 코 앞으로 다가왔고요. 
첫학기인 길머리 과정에서는 진안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를 했고 청소년 여행코스를 개발하고 지도도 만들었죠. 
길가온 과정에서는 백제의 역사를 따라 국내외 탐사여행을 했었고요. 청소년을 위한 여행가이드북도 만들었습니다. 계속 영상도 제작하고 로드락이라는 잡지도 만들고 기본적인 책읽기, 글쓰기, 외국어 공부도 열심히 했고요. 

2010년 봄에는 네팔의 공정무역 루트를 따라가는 여행을 다녀왔고 길가온 마지막학기에는 일본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내는 작업과 청소년레이블팀을 결성해 앨범제작과 판매, 콘서트까지 성공적으로 치러냈습니다. (책은 1월 중으로 나온답니다) 종강파티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트래블러스맵의 식구들 중에서 가장 할 일이 많고 바쁜 건 떠별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숨가쁘게 달려 드디어 수료의 계절입니다. 
개인별 프로젝트를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많은 친구들이 직접 여행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프로젝트로 이번 학기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답사까지 다녀온 뒤 기획안을 쓰고, 맵의 스탭처럼 팀장, 대표 결재도 받습니다. 그 과정을 거쳐 지금 올라와 있는 두 개의 상품이 있는데요. 
기획부터, 홍보/ 모객/진행하는 실전에 투입되어 여행기획자로 데뷔한 세 명의 친구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아직 여행의 진행과 평가라는 단계가 남아있긴 하지만요. 공통적으로 문의전화를 가장 두려워하더군요. 사실 사람들을 관리하고 책임지기도 하다가 투철한 서비스 정신으로 편안하게 해드리면서 동시에 친구처럼 친구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진행자, 가이드 역할이 남았지만 아직 그건 실감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로드스꼴라에서 여행하고 작업하면서 한층 성장한 친구들의 여행이야기와 그들의 첫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역시 로드스꼴라 떠별들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로부터 미아, 고담, 따슬

1.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의 순간?

학교에서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갔었는데요. 각자 자유시간이었어요. 뭐 쉬기도 하고 애들이랑 얘기도 하고 음악 듣기도 하고 그런 쉬는 시간이었는데, 제가 그날 처음으로 노래를 만들었어요. 한 번도 내가 노래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걸으면서 막 생각이 나서 노래를 만든 거예요. 근데 생각으로 만든 거라서 우크렐레 코드를 몰랐어요. 삐삐랑 따슬이를 불러서 제가 만든 노래를 들려주고 셋이서 되게 열심히 우크렐레 코드를 막 찾았어요. 이거다 저거다 하면서. 그 때 딱 살면서 처음으로 진짜 행복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롯지 복도에 셋이 앉아서 비가 떨어지는 걸 보면서 노래하는 이 순간이 이렇게 행복한데, 이렇게 살면 안되나. 왜 꼭 아등바등 치열하게 공부하면서 미래만 생각하면서(이때 친구들이 고3이라서..)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되게 짧은 순간이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또 제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던 순간이었던 거 같아요. 
(미아)

* 탄자니아 다르에살람으로 이동할 때 였어요. 점심식사 전, 자유시간에 시장에 가서 처음으로 견과류를 흥정을 해서 500실링 싸게 샀을 때. 제 삶에 첫 흥정이 될 수도 있겠네요.  에, 또... 점심을 먹고난 후, 트럭을 수리하는 동안 동네 아이들 여섯 명 정도가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어요. 그때 '쭈'라고 일행이었는데,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사진을 찍더니(물론 아이들에게 허락을 구한 뒤) 한 아이에게 사진기를 턱 하니 쥐어주면서 찍는 법을 가르쳐 주는 거에요. 완전 쇼킹했어요. '아, 사진기로 저렇게 아이들과 놀 수 있구나'하고. 그래서 저도 따라가서 같이 사진찍고 놀았어요. 
* 네팔에서 열 흘 간의 안나푸르나 트레킹. 로드스꼴라 1기들의 담대함과 단결력을 보여준 여행이었죠. 히히 트레킹 할 때였는데, 어딘이 말씀하셨어요. 너희들 얼굴이 참 깨끗해 졌다. 먹고, 자고, 싸고, 걷는 것 밖에 안하니깐 얼굴에 걱정이 없다고.  애들이 서로 챙겨주는 모습을 봤을 때.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바글룽 람레카 학교에서 아이들이 손에 꽃 들고 줄 서서 우릴 맞아줄 때와 비스누와 포크댄스 췄을 때도, 밤톨머리 까불이 비스누는 잊을 수 없지요! 
* 일본 아스카에서 미아랑 복태랑 같이 자전거타고 마구 헤매다가 편의점에 죽치고 앉아, 수다떨면서 간식, 점심, 후식 때웠을 때, 교토 우타노 유스호스텔에서 아라시야마에 자전거 타고 갔다가 길 잃고 엄청 헤맸을 때, 기온 마쯔리에서 팥빙수 파는데 우리가 팥빙수 만들 때 하는 쇼에 어떤 남자아이가 감탄했을 때. 
잉, 너무 많다. 여기서 줄일게요. 
(따슬)

네팔여행 중 버스 안이었어요. 창밖을 내다보는데 갑자기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여태껏 나에게 학교란 어떤 건물이었고, 수업이란 책상에 앉아 책을 펴고 누군가의 강의를 듣는 거였는데 지금 우리에겐 바로 이 버스 안이 학교인 거예요. 우리가 걷는 길, 들르는 마을, 발 디디는 모든 곳이 학교라는 게 새삼 재밌었어요. 그리고 기뻤어요. 스스로 학교라고 납득이 되는 학교라는 게. 버스가 꽤 오랫동안 달렸는데 내내 실실 웃었습니다.
(고담)

2. 여행을 다니기만 하다 처음으로 기획을 하게 된 소감?

인턴 안하겠다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따슬)

항상 차려주는 음식만 먹다가 처음으로 밥상 차려본 기분입니다. 반찬 하나 하는데도 꽤 많은 시간과 재료와 정성이 필요하잖아요. 어렴풋 예상은 했어도 몸소 해볼 때야 비로소 느껴지고. 엄마한테 이제 반찬투정하면 안되겠구나, 싶고. 시기, 날씨, 비용, 내용, 장소, 대상, 홍보. 정말 많은 걸, 아니 그야말로 모든 걸 고려해야하더라고요. 특히 최저가로 승부를 보는 대형여행사가 아니니까 어딘가 엄청나게 매력이 있어야합니다. 엄청 재밌을 것 같다거나, 여기서밖에 못하는 진귀한 경험이거나,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거나, 하는.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가져가야 할 지점입니다. 비단 여행 기획이 아니더라도요. 왜냐면 아마 저는 초거대기업 사장이 될 일도, 번쩍거리는 스펙을 쌓을 일도 없거든요.......ㅋ.ㅋ
(고담)

사실 기획하는 거 정말 싫어해요. 그래서 가족이랑 가면 맨날 패키지 그냥 막 따라다니는 거... 가족여행 가도 부모님이 짠 데로 그냥 다니고. 학교에서도 자유여행 시간 주면 그냥 팀원들 가고 싶은데... 따라 다니고. 저는 어디어디 가야지 이렇게 정하는 것보다 그냥 그 동네 주변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묘해요. 그리고 굉장히 어려워요. 제가 가고싶은 여행을 기획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가고싶은 여행을 기획하는 거잖아요. 물론 저도 즐거워야 하겠지만 그 중심을 잘 못잡겠어요. 어디까지가 나만 가고 싶은 여행이고 나도 가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도 가고 싶은 여행인지. 그게 제일 어려운 거 같아요.
(미아)

3. 스스로 기획하고 다녀온 독립여행의 경험이 있는지? 있다면 간단하게 그에 대한 얘기.

없습니다. 저는 여행을 싫어해요. 여행을 싫어해서 여행학교에 들어왔어요..
(고담)

딱 한 번. 친구들이랑 청소년의 여행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서 일본에 다녀왔어요. 한 일주일 정도? 저까지 합쳐서 다섯명이 다녀왔는데 한 번 가봤던 곳이기도 하고 안전하다는 일본이기도 하고 또 애들이랑 가서인지 그다지 두렵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가기 전에 비행기표 예매나 숙소 예매, 어디어디 갈건지, 뭐타고 갈건지  같은 거 열심히 해서 가서 여행할 땐 재밌었는데 아직 어렸는지 맘이 잘 안 맞아서 서로 엄청나게 싸우고 결국 팀이 파토났어요. 새드앤딩이었죠.
(미아)

아직은 없지만 스무살 이전에는 꼭 스스로의 독립여행을 다녀올 계획입니다. 
(따슬)

4. 여행기획자로서 참가자를 모집하는 지금 제일 걱정되는 것은?

문의전화가 가장 걱정돼요. 전화울렁증이 있어서...하하. 문의문자는 걱정되지 않는데.. 그리고 함께 여행기획을 한 소울이 지금 유럽에 있어서 의견을 나눌 수가 없다는 게 걱정입니다. 
(따슬)

사람들이 안 모이는 거. 네 명 입금하셨는데 취소하셔서 지금 너무 슬퍼요.. 흑흑. 근데 사실 다 걱정돼요. 사람들 다 모여서 여행 가서도 되게 걱정되고.. 돈 내고 오시는 거잖아요.
그것도 적지 않은 돈. 근데 와서 괜히 왔다, 후회하실까봐. 무사히 잘 끝날 때까지 다 걱정일 거 같아요.
(미아)

당장은 문의전화 받는 게 제일 염려스럽습니다. 되게 능숙하고 친절해야 하는데 제가 낯도 가리고 말도 느려요.
분명 말 더듬거릴 거에요.
(고담)
 

5. 이번 여행 기획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 여행만 다녀오면 로드스꼴라 수료다!!
(따슬)

업그레이드. 나만 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죠. 근데 남까지 챙기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거잖아요. 저 혼자 하고 저 혼자 즐기면 되는 여행해서 다른 이들과 함께 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즐겨야 하는 여행을 해야 하는 거니까.. 제 자신이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여행?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게 바람이죠. 업그레이드하다가 용량 부족으로 오류 뜨지 않기를...
(미아)

배우는 단계의 마무리는 항상 그런 것 같아요. 
직접 차려보기.
그동안은 여행자의 위치에서 여행하는 법을 배워나갔다면 이번에는 여행기획자라는 다른 위치에 서본 거고요.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나의 생계수단으로 가져가는지 겪어본 것이기도 하고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먹고 살기'가 요새 학교 모토에요.
(고담)

*지중해 여행학교로 여행을 떠난 소울은 본 인터뷰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