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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중남미/아프리카

뱅의 못다한 이야기- (1) Traveler 뱅

 

 

“정말 좋겠다. 나도 가고 싶어.”

“응? 거기까지 왜 가? 위험하잖아. 날씨도 무지 덥고.”

‘아프리카에 다녀올게’라고 말했을 때, 대게는 위와 같은 2가지 반응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정말 가고 싶은 곳 혹은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곳.


넓은 초원과 순수한 부족민들의 땅 혹은 치열한 내전과 지독한 굶주림의 땅.

여행자의 로망 혹은 여행자의 무덤.

환상 혹은 악몽.


환상이든 악몽이든 비현실적인 공간이기는 마찬가지. 아프리카는 어째서 우리들 마음속에서 비현실적인 곳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일까?
아프리카 여행학교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난생 처음 아프리카를 헤맬 때도, 참가자들과 함께 한 3주 동안에도,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여전히 이 질문이 머리 한켠에서 떠나지 않는다.


뽀얀 필터나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몸으로 부딪혀서 ‘아프리카의 현실’을 바라보고 싶었고, 이 고민들을 함께 아프리카로 떠난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하루 종일 덜컹거리는 트럭을 타고, 텐트 속에서 비를 피하고, 말라비틀어진 빵조각을 콜라와 함께 넘기면서 아프리카를 두 눈에 담아오기를 희망했다.


아프리카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돌아올 수 있는 여행을 만들고자 했던 노력이 헛되지 않았기를 기대해본다.


1) 뱅: Traveler
 

# 죽음과 삶


화산재들이 주변의 모든 것을 완전히 덮었다. 그곳은 생명이 하나도 없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 편평하게 다져진 그 곳은 볕이 잘 들었고, 화산재가 담고 있는 칼슘과 미네랄을 듬뿍 빨아들이며 새로운 풀들이 자라났다. 다른 곳에는 없는 좋은 성분을 담뿍 가진 풀을 먹기 위해 수없이 많은 동물들이 모여들었고 이 대평원은 지금 세렝게티라 불린다. 죽음과 삶은 같은 공간에 있다. 

# 응고롱고로 보호구역


‘응고롱고로’, 마사이족이 키우던 소의 목에서 울리던 방울소리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개체 수 유지에 위협이 될 만큼 사냥을 하던 사람들은 마사이족이 아니었는데, 마사이족이 강제 이주를 당했다. 더 이상 응고롱고르에서 소 방울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 빅토리아 폭포


모시 오야 툰야: 천둥치는 연기
형용할 수 없이 웅장하고 압도적인 이곳에, 영국여왕의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 

# Big5


Big5: 사자, 표범, 코뿔소, 코끼리, 버팔로

Big5: 관광객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동물 5종류
Big5: 가장 많이 사냥당한 동물 5종류
보고 있으면 가지고 싶고, 가지고 싶으면 죽여서라도 차지하는 것이 인간이다.


# 톰슨 가젤

 

응고롱고로에서 톰슨 가젤을 보았다. 틈슨 가젤은 나이가 들수록 털 색깔이 밝아진다. 듣고 보니 어린 가젤과 나이 든 가젤이 꽤나 명확히 구분된다.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밝아지고 있나? 밝아지기보다는 밝히도록 변해가는 건 아닐까.


# 얼룩말에 대한 사소한 오해


목을 맞대고 서 있는 저 얼룩말들은 사랑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다. 서로 반대편을 지켜보면서 육식동물을 경계하고 있다고 한다.1) 삶과 죽음이 한순간에 교차되는 드넓고 냉정한 초원 한가운데에서, 도요타 랜드크루저를 타고 마음 편하게 구경하고 있는 이 순간이 조금 불편해졌다.

1) 사자가 가까이 나타나면 얼룩말은 일단 도망을 친다. 그러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으면 얼룩말끼리 얼굴을 맞대고 뒷다리를 바깥으로 한 채 둥그렇게 선다. 얼룩말의 뒷다리에 치였다가는 꼼짝없이 당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동물의 왕 사자도 함부로 덤비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생사의 경계에서 얼룩말은 서로를 의지하고 단결한다.


# 아프리카는 더럽게 넓다

아프리카는 덥다.

아프리카는 넓다.

아프리카는 더럽게 넓다.


하지만 더럽지 않다.

그러니까, 더럽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