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공정무역이라는 말 들어 보셨을 겁니다. 제3세계에서 생산한 농산물이나 물품을 구매할 때 직거래를 활성화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유통망을 장악한 다국적기업에 돌아가는 이득을 생산지 농민과 노동자에게 돌려주자는 운동이죠.
그런데 공정무역을 넘어 공정여행 바람이 지금 히말라야에서 불고 있다고 합니다. 여행자와 네팔인이 함께 웃는 히말라야 공정여행..임종빈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7천 미터 이상의 고봉을 열 개나 거느리며 경이롭고 장엄한 풍경을 연출하는 안나푸르나. 신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는 트레커들은 나야풀 마을에서 가난한 짐꾼, 포터들과 가장 먼저 만나게 됩니다. 몸무게보다 무거운 배낭을 이마로 지탱하며 허름한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진흙투성이 산길을 오르는 포터들. 여행객이 포터를 고용할 때 여행사에 내는 돈은 10달러 정도입니다. 하지만 회사와 가이드 몫의 수수료를 떼고, 식사와 숙박까지 해결하고 나면 하루 5천원 정도의 일당이 그들의 손에 쥐어집니다.
<인터뷰>히라 바하둘(포터) : “포터 일을 하면 수입이 많아요. 그래서 이 일을 합니다.”
네팔의 실업율은 50% 수준. 차별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대부분 가사일을 하거나,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하루 4천원 정도의 일당을 받습니다.
<인터뷰>비니사 부첼(공사장 인부) : “네팔 여성들은 많이 배우지 못했습니다. 일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일을 해야만 합니다. 아이들 학비도, 물건도 비싸구요. 그래서 일을 해요.”
네팔을 찾는 관광객은 한 해 70만명. 관광산업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국민 대다수는 하루 2달러가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며 빈궁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왜 여전히 가난한 것인지, 관광객들이 쓰는 많은 돈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바로 그 질문에서 공정여행은 시작됩니다.
영국의 관광 감시 NGO 투어리즘 컨선은 여행자들이 쓰는 돈 대부분이 다국적 기업을 통해 선진국으로 회수되는 산업 구조가 문제라고 답합니다.
네팔의 경우에도 관광수입의 70%는 여행사와 항공사, 리조트 회사 등이 가져간다고 분석했습니다. 투어리즘 컨선이 1996년 대안으로 제시한 건 공정한 무역으로서의 여행인 공정 여행, 국내 평화여행단체인 이매진피스는 공정여행의 원칙으로 여행지에서 쓴 돈이 현지인들의 삶에 보탬이 되고,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며, 여행지의 자연을 지켜줘야 한다는 세 가지를 제시합니다.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미국의 공정 여행자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의 포터들은 여느 포터와는 좀 다릅니다. 완벽한 등산 장비를 갖추고 여행자들과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행자의 일행입니다. 이들은 여행사가 아닌 네팔 독립 트레킹 가이드 조합 소속의 포터들. 조합은 포터들의 수익을 거의 전부 돌려주고 안전사고에 대비한 보험에도 가입하며, 장비까지 지급합니다. 수익의 일부는 등산장비를 사모아 다른 포터들에게 무료로 빌려주는 사업도 진행합니다.
<인터뷰>자거트 라마(독립 가이드 조합 설립자) : “우리는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해 함께 일합니다. 이익은 다른 회사로 가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직접 돌아가는 거죠.”
포카라에 있는 세 자매 여행사. 가난한 네팔 여성들의 직업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러키, 디키, 니키 세 자매가 16년 전 세운 여성 전문 가이드 회삽니다. 남성 가이드의 텃세와 차별의 장벽은 높았지만 지금은 한해 천여명의 트레커들이 이용하는 포카라 최대의 트레킹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인터뷰>러키(세자매 첫째) : “네팔 여자들은 일이 필요하고 기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성 여행자들이 네팔에 혼자 오게 되면 안전한 친구(가이드)가 필요하기도 하지요.”
가이드 비용의 15%는 다른 가이드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비로 쓰입니다. 교육에 참가하는 50명의 여성 교육생들은 여섯 달 동안 강도높은 실전 훈련을 통해 실력과 체력을 겸비한 전문 가이드로 태어납니다.
<인터뷰>락슈미 쿠마리(교육생) : “여성들이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스스로를 변화시키기 위해 (여성들이) 가이드를 하는 것 같아요.”
아동 노동을 통해 만든 값싼 기념품을 사거나 공항 면세점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공정무역 가게를 방문하는 것도 방문국에 직접적인 보탬을 줄 수 있습니다.
가방 전문 업체인 한 공정무역 가게. 히말라야에서 나는 천연 염색 재료를 이용한 색색의 가방들이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가게 바로 뒤편에 있는 생산 공장. 가방을 만드는 전 과정을 직접 견학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우마 구릉(교육생) : “우리 물건은 디자인도 많고 튼튼하고 색깔도 변하지 않아요.”
가격은 비싼 편입니다. 가난한 네팔 여성들이 숙식을 해결하면서 여섯 달의 교육을 받기 위한 비용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람 칼리(WSDP 설립자) : “물건을 하나 외국인이 사가면, 한 사람에게 일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의 물건은 사업만을 위한게 아닙니다. 질을 좋게 하고 일을 한 사람은 정당한 수입을 얻는거죠.”
숙박 시설도 현지인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꼼꼼하게 따져야 합니다. 포카라에 있는 투시타 호텔은 네팔 농민들의 생산품을 전시하고 소비자와 직접 연결해주는 공정 무역 가게를 함께 운영합니다. 호텔 식당에서 파는 모든 식재료는 호텔 설립자인 라제스씨가 직접 생산한 유기농 채소들입니다.
라제스씨는 투숙객들에게 직접 유기농 농장을 보여주고 히말라야의 자연을 보호해달라고 호소합니다.
<인터뷰>라제스 시레스타(투시타 호텔 지배인) : “여행객들은 네팔을 사랑하고 환경과 문화를 존중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지속 가능한 관광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히말라야는 등산객들이 한 해 100톤이 넘게 버리는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네팔에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산업도 없습니다. 관광객들이 버리는 생수병은 그대로 히말라야에 버려져 방치됩니다.
환경을 존중하고 파괴하지 않기 위한 생태 여행도 공정 여행의 중요한 주제. 카트만두에 있는 환경 단체 KEEP 에서는 여행 정보 센터를 운영하며 여행자들이 히말라야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인터뷰>구룽(keep 대표) : “Keep의 목표는 관광 산업이 가져오는 문화와 자연 환경에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모든 네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최대화 하는 것입니다.”
카트만두의 유일한 공정여행사 소셜 투어는 히말라야의 소수 민족과 함께하는 트레킹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매년 8월이 되면 산속의 힌두 공동체를 찾아가는 이른바 풀 문 페스티벌. 현지인들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이들의 문화를 존중하며 체험하는 새로운 여행 프로그램에, 매년 수백 명의 공정 여행자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인터뷰>비슈와라지 기아월리(소셜투어 대표) : “다른 여행사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모방해도 됩니다. 많이 할 수록 좋아집니다. 우리는 하나의 예시를 제시할 뿐입니다.”
버리고 소비하는 관광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불편하기 짝이 없는 방식의 공정 여행은, 쉽지 않은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신의 여행 방식이 누군가의 삶을 조금씩 파괴해 왔다는 반성이 일어났다면, 이미 새로운 여행의 첫 걸음을 뗀 것이나 다름없다고 공정 여행자들은 말합니다.
<앵커 멘트>
이번 칠레 광부 구조 드라마의 주역으로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구조대원들입니다. 33번째 광부를 마지막으로 모든 광부가 구조됐을 때, 칠레와 전세계는 모든 일이 끝난 것처럼 환호했지만 그 순간 지하에는 구조대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지하로 내려와 생명 캡슐에 광부들을 차례로 태워 모두 올려보낸 후 비로소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비장한 표정으로 생명 캡슐에 올라타고 지하로 향했던 첫 구조대원은 마지막으로 나올 때까지 24시간 넘게 지하에 머물렀습니다.
실력과 헌신으로 무장한 이들에게 ‘34번째 영웅’이라는 칭호를 붙여줄 만도 합니다.
특파원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입력시간 2010.10.17 (07:48) 임종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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