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채식전문매거진 비건 2015년 5월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그리스 산토리니섬 여행기
평생 잊을 수 없는 그 순간, 산토리니!
“누군가와 한국말 한마디만 하는게 소원이었어요.”
평소 외로움을 잘 타지 않는 싹싹한 그녀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정말 좋지 않아?” “응, 좋다!”
이렇게 나의 마음에 맞장구쳐줄 누군가가 꼭 필요할 만큼 혼자 담기에는 가슴 벅찬 풍경들이 가득한 곳, 그게 산토리니라고. 친구, 연인, 가족 누구든 함께 가기를 당부했다.
이름만큼 푸른 지중해와 어울리는 유럽 전문 투어디렉터 블루. 그녀가 전하는 산토리니의 잊을 수 없는 순간들.
+ 글. 트래블러스맵 공정여행연구소 라임
+ 사진. 트래블러스맵
+ 에디터. 박예슬
순간 하나, 이아마을의 해질녘
_ 하얀 이아마을 위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을 때
산토리니의 일몰은 정말 강렬해요. ‘바다의 노을’이 그렇게 특별한 풍경인줄 몰랐어요. 이아마을의 벽과 지붕이 하얗고 파랗잖아요. 그런데 해가 떨어질 때가 되면 태양이 붉은빛으로 하늘과 바다부터 시작해서 이하얀 마을까지 내려와요. 그러면 내 주변 바로 옆 벽까지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거에요. 내가 마치 그 노을의 일부가 되는 것 같은, 그 묘한 느낌. 색깔에 푹 빠져서 잠시 이성을 잃었던 것 같아요. 이 풍광 안에 내가 들어와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지요. 그 순간은 혼자여도 오길 정말 잘했다 싶었어요. 만약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그 사람의 손을 꼬옥 잡았을 거에요.
해가 지면서 주변이 어둑어둑해지면 조명이 동시에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거든요. 그 타이밍이 마치 전혀 다른 세계로 전환되는 느낌이랄까. 어떤 시공간의 교차점을 경험한 기분이 들어요. 아직 남아있는 석양빛과 조명의 어우러짐이요. 그런 것들이 산토리니에서만 볼 수 있는 낮과 밤 사이의 경험이기도 해요.
한번은 밤이 되고 레스토랑에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일행 중 한 명이 ‘우와~’하고 감탄하는 소리에 창 밖을 봤더니 정말 선명한 달빛이 섬을 비추고 있더라고요. 아주 가까이에 있는 느낌. 아, 정말 아주 옛날처럼 달빛에만 의존해서 밤길을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순간 둘, 마을 골목길 누비기
_이 모퉁이를 돌면 뭐가 보일까?
사실은 되게 낭만적이다. 로맨틱하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뭐가 낭만적이지’하고 생각해보면 결국 ‘아름답다’는 것이거든요. 그 아름다움은 시각적으로도 매우 찬란하지만 결국 그 자연을 마을로 일궈낸 사람들에게서 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화산폭발을 한 곳이니까 얼마나 척박했겠어요. 하지만 그런 척박함 위에 하루하루를 쌓아 만든 풍경인 거예요. 커다란 성장이나 미학적인 자연풍광이 아니라 사람들이 소소하게 사는 집이기 때문에 위압적이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데가 있죠. 자연도 위대하지만, 그 안에서 조화롭게 살아낸 사람들, 그들이 살아온 공간이기에 가슴이 뭉클해진답니다.
지중해를 동경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 선명한 색채감이에요. 눈부신 태양 빛 아래에선 별것 아닌 테라스의 꽃 한 송이까지 그림 같아요. 어디가 관광명소라고 이름 붙일 필요도 없어요.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누비다 보면 이따금 고양이 한 마리, 마을 사람, 집집마다 다른 창문 모양, 대문 크기. 모든 것이 스틸컷처럼 시선을 사로잡아서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요. 꼭 이아마을에서 석양을 보기 전에 마을 골목 곳곳을 누비라고 말하고 싶어요.
순간 셋, 레드비치
_붉은 절벽 아래에서 검은 자갈을 밟으며
레드비치는 거대한 붉은색 절벽 아래에서 검붉은 자갈을 밟으며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에요. 처음 이 해변에 도착했을 때 느낌은, 고대의 정말 몇천 년 전의 풍경을 보는 것 같았어요. 그때에도 이 모습 그대로였을 것 같은, 태고의 자연을 보는 듯한 생생한 붉은빛이 아름다웠죠.
순간 넷, 화산섬 투어
-에게해를 향해 포물선을 그리다
배를 타고 활화산 섬을 자유롭게 트레킹하고 따뜻한 오천에서 수영도 즐기는 산토리니의 대표적인 체험코스라 할 수 있죠. 산토리니 사람들은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 전설의 시작이 여기라고 믿고 있어요. 배가 연안에 닿을 수 없어서 온천수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다이빙을 해서 헤어쳐 가는데, 저는 수영을 못해서(웃음), 사람들이 둥그렇게 포물선을 그리면서 바닷물로 하나둘씩 뛰어드는 모습, 그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 시원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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