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래블러스맵 소식/공지사항

[여행탐구생활] 스쿨버스 새로 태어나다

 

 

 

글_경영기획팀 인정(강인정)

사진_ http://www.hankboughtabus.com/ 

 

 

▲ 행크의 스쿨버스 개조

 

 

여행에서 만나는 숙소의 의미

 

여행을 떠날 때 숙소란 얼마나 중요할까? 숙소란 이국적인 경치와 낯선 사람들과의 흥분된 만남을 성사시키는 기나긴 일정과 일정 사이를 이어주고 다음 일정을 위해 몸과 마음을 새롭게 충전할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한다. 여행에서의 숙소란 매일 매일을 이어주는 정말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여행의 종류에 따라 다닥다닥 붙은 침대가 있는 좁은 도미토리룸에서 10명이 잘 때도 있고, 몰디브나 발리 같은 근사한 신혼 여행지의 럭셔리 리조트에서 황홀한 밤을 보내기도 하고, 고성 혹은 수도원이었다 호텔로 탈바꿈한 디즈니의 만화에서나 봤던 곳에서 하루를 지낼 수도 있다. 당신의 여행 예산이 얼마냐에 따라 단순히 결정되던 숙소의 종류는 호텔, 모텔, 게스트하우스, 펜션 등에서 좀 더 의미가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캠핑 붐이 불어서 너도나도 소유하고자 하는 캠핑카 역시 이젠 중요한 숙소로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숙소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선망하는 것이 호텔, 그것도 특급호텔이 아닐까 싶다. 언제부터인지 특급호텔에 묵는 것은 더 이상 여행 때 만의 일은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연인들과 혹은 친구들과 특급 호텔에서 파티를 하라는 스페셜 오퍼가 인터넷을 점령한다. 인테리어업계에서 마저도 특급호텔 분위기기 나는 모던한 인테리어로 집안을 장식하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작년 청년들을 대상으로 글을 써서 유명해졌던 유명 교수님은 호텔 수준의 침구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부인이게 월급을 몽땅 바치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젠 꼭 여행과 출장이 아니더라도 호텔에서 묶는 것이 이상해 보이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숙소에 묵어도 결국은 자신의 집이 방이 아닌거다. 뭔가 불편한 완벽함이라고 할까? 모던한 인테리어 속의 고급 호텔의 분위기 속에서 뭔가 빠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뭔가가 부족한.. 어쩌면 이런 점이 캠핑카에 대한 수요를 불러 일으키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좋아도 내 것이 아니라는 내 소유가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여행도 가고 싶지만, 편안한 내 집과 익숙한 내 소유물이 떠나지 싶지 않다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하면서, 박람회에서 본 내 월급의 몇 년치를 모아도 절대 사지 못한 것 같은 캠핑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 때, 행크의 스쿨버스 개조기를 만나게 되었다.

 

 

행크의 개조된 스쿨버스

 

 

▲ 싱크대와 주방, 샤워부스까지 갖춰진 행크의 스쿨버스

 

미네소타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행크는 졸업작품으로 학생들의 등하굣길에 이용되던 스쿨버스를 개조하여 이동숙소로 만들었다. 설계와 개조에 걸린 시간은 15주간으로 폐차 예정이었던 중고스쿨버스를 자신의 전공실력을 발휘해 여섯 사람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구? 일단 버스의 의자를 모두 들어내어서 6평 정도의 공간을 만들었다. 운전석 뒤에는 미닫이 문을 달아 운전석과 개인생활공간을 분리했다. 버스의 큰 창문들을 가리는 대신에, 블라인드를 설치하여 개인생활을 보호하고, 비상탈출구로 쓰였던 지붕 위 구멍은 채광창으로 개조 주변의 경치를 스릴감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동이 가능한 소파와 테이블, 침대, 서랍 등을 활용하여 많은 수의 손님이 방문해도 불편함 없이 묵을 수 있도록 했다. 행크의 가구 설계와 배치를 보면, 여느 DYI 인테리어 프로그램보다 훨씬 재미있고, 볼 가치가 있다. 행크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가구의 배치를 달리해서 보여주는 동영상이 있으니 꼭 방문해보길 바란다. 아무리 버스가 넓다고는 하지만, 결국 버스일 수 밖에는 없는 공간이 얼마나 쾌적한 생활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지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꼭 한번 방문해서 보시도록.. 심지어 행크의 버스에는 비록 조그만하고 사용하기가 약간 불편하지만 발을 이용해서 펌프질하는 싱크대가 있는 주방과 샤워 부스도 있다.

 

 

스쿨버스와 함꼐하는 20일간의 대장정 스토리

 

 

스쿨버스를 개조하는데 든 비용은 중고 버스를 구입하는 비용까지 포함해서 한화로 약 1,000만원 정도. 물론 행크 자신의 노동력과 행크의 동생과 친구가 도왔으므로 인건비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비용으로 나 만의 공간이 생긴다면 한번쯤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라고 자신한다. 자신의 작품인 개조된 스쿨버스의 훌륭한 이동수단임을 보여주기 위해 행크는 동생인 빈스와 사진사 저스팀과 함께 미네소타를 출발하여 시애틀, 포틀랜드를 시작으로 태평양연안을 거쳐 샌프란치스코, 라스베거스 등을 방문하는 약 20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자신의 행크의 홈페이지 (www. Hankboughtbus.com) 를 보면, 행크가 방문했던 지역 뿐만이 아니라 많은 지역의 사람들이 그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감탄사를 쏟아내고 있다.

 

서울에 살다보면 자신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알게 한다. 그런 의미에는 난 이 행크가 많이 부러웠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자기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 행크가, 그의 버스가 부러웠다 

 

부러움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그 부러움을 행크처럼 행동으로 보여줄 것인가?

선택은 당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