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칭 공정여행계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우는 그, 변. 인터뷰도 많이 하시고 강의도 많이 하셔서 이젠 유명인 (잉?) 이시지만, 사실 장기출장도 많이 가시고 회사에서 '서울시에 빌려준 대표'라고 부를 정도로 바쁘신 스케쥴에 사무실에서 뵙기 힘든 분이십니다. 그래서 1월에 갓 입사한 저 [엘리] 도 조금은 어려워하는 분이에요. ^^
이런 서먹서먹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보고자 변의 생일을 맞아 제가 핫초코를 쏘면서 변의 여행담을 들어보았습니다! 가끔은 아메리칸女 엘리도 깜짝깜짝 놀래킨 변과의 100% 가식 無 대화, 이제 공개합니다!
엘리: 음... 그럼 처음부터 시작할께요. 변은 왜 변이신가요?
변: 왜 변이냐고? 성이 변이어서. 대학다닐 때는 지네라는 별명으로 불렸어. 지네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워낙 어릴 때부터 성이 이상하니까 변. 그땐 변이라고 안했지, 똥이라고 했지. [ㅎㅎㅎㅎ] 근데 그게 커서도 잘 안바뀌더라고. 그래서 그냥 변이야, 난.
엘리: 별명 바꾸려고는 안해보셨어요?
변: 내가 어떻게 할 수 가 없더라고.. 수긍하기로 했어~
엘리: 변도 여행 많이 해보셨잖아요? 그동안 가본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데는 어디에요?
변: 에이~ 질문이 너무 형편없어~
엘리: 왜?! 난 궁금한데? 여행도 많이 다닌 여행사 사장이 어디가 제일 좋았는지 궁금할 수도 있지! 아님 변이 대답을 좀 색다르게 해보시던가~
변: 질문이 이런데 내가 대답을 어떻게 색다르게 해~ 차라리 이 내용을 그냥 올려라!
엘리: 치, 올릴꺼에요! 변이 하는 말 다 올릴꺼에요.
변: 기억에 남는 여행지? 기억에 남는 여행지..
엘리: 이게 얼마나 어렵고 심오한 질문인데!
변: 여행지는 다 기억에 남지, 원래. 기억에 안남는 여행지가 어딨겠어.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청산도.
엘리: 아 진짜? 의왼데?왜요?
변: 청산도 안 가봤지? 청산도가 진짜 예뻐. 제주도는 사실 큰 섬이잖아. 섬에 가도 사실 그냥 바닷가라는 느낌이 들지 섬이라는 느낌이 안나잖아. 청산도는 한바뀌 삥 도는데 한… 하루 반 정도 걸리나? 하루 반정도를 걸으면 한바퀴를 바깥따라 삥 돌 수 있어. 거기를 그렇게 걸을 때 그 풍경이 너무 좋은거야.
엘리: 딴데랑 어떻게 다른데요?
변: 그건 가서 봐야되는데... 음… 산과 바다가 같이 있는 느낌이야. 거길 걸으면 올라갔다 내려갔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이렇게 걷게되거든? 그렇게 산을 걸으면서 보게되는 바다의 모습이! 거기 물이 또 굉장히 맑고. 그렇게 파-란 바다에 섬들이 옹기종기 있고 그걸 보면서 산길로 숲길로 걷는데 그게 너무 예쁜거야. 그리고 그 때 청산도를 걸으면서 되게 재밌는 것도 많이 봤어. 거기에 홍진선 목사님이라고 있어.
엘리: 아~ 그 사진 찍는...?
변: 응응, 그 목사님이 청산도에 대해서 굉장히 잘 아셔. 굉장히 깊은 수준까지 아시는데, 예를 들자면 거기엔 ‘풍장’이라는게 있어. 그게 뭐냐면, 사람이 죽고 장례를 치르고 나면 그 사람을 땅에 다 묻지않고 그냥 땅 위에다 짚같은걸로 싸서 덮어. 그러면 한 1년정도 지나고 나면 몸이 다 썩거든? 그러고 나서 봉분을 세우는거야. 그래서 바람 풍 (風) 자를 써서 바람을 통해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그런 형태의 장례문환데, 그게 아직도 청산도에 있는거야. 그런게 아직 남해안 섬들에만 있데. 그래서 그런거도 직접 가서 보고, 그런 얘기를 듣는게 너무 신선하고 좋았던거지. 그런 청산도 안의 살아있는 모습과 바다의 풍경과 그런 것들이 겹쳐져서 되게 좋은 여행지의 기억으로 남아있지. 같이 갔던 사람들도 좋았던거고. 외국으로 따지면… 코스타리카 갔던게 가장 좋았던거 같애.
엘리: 우와~ 거기도 가보셨어요?
변: 응, 코스타리카가 국가 전체적으로 생태, 평화 이런 컨셉의 나라잖아 . 군대도 없는 나라잖아. 그러다보니까 그런 점을 굉장히 잘 해놨고 생물 자원들도 가장 압권이었던건 생태 인증 이런 시스템이 있었는데 그것 중에 하나가 야외 온천이야. 야외 온천인데 뭐냐면, 노천탕 같은게 아니라 그냥 뜨거운 물이 강 같은데서 흘러나오는거야! 하얀 연기를 막 뿜으면서. 사람들이 거기서 아무 인공적인 시설은 거의 안해놓고 그냥 물을 잠깐 잠깐 막아둔데서 온천하고 노는거지. 그런 것들이 좀 충격적이고.. 뭐, 충격적인건 아니고… 뭔가 fantastic한? ㅎㅎㅎ
엘리: ㅎㅎㅎ, 우왕~ 그런데는 남탕 여탕 이런거도 없겠네요?
변: 응, 그냥 수영복입고 반바지 입고 아무나 들어가서 노는거야.
엘리: 그런데도 있군요? ... 오케이, 담 질문! 혹시 여행하시면서 황당했던 일 있던적 있어요?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변: 음… 난 사람들이 여행다니면서 일어났던 일들 들어보면 ‘뭐 저렇게 일들이 많을까?’ 싶어 ㅎㅎㅎ
엘리: ㅎㅎㅎ 변은 한번도 그런일 없었어요? 원래 여행은 사건사고가 많이 터지기 마련인데?
변: 그런 일이 있었겠지. 근데 나를 막 충격에 빠뜨리고 그런 적은 별로 없나봐. 아! 한번 그랬던건 러시아에 청소년들 데리고 갔는데, 그 때 어느 깊은 마을에 들어가서 살면서 고려인들이나 고려인 2세들 만나서 인터뷰도 하고…그러다 나오는 날이 됬어. 나오는 날이 됬는데 기차시간을 잘못 안거야. 그리고 기차는 하루에 한대밖에 안오고! 그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나와야되는데 기차 시간을 잘못안거야. 거의 시간이 임박해 있을 때 알게된거지. 우리는 1시간이 남은 줄 알았는데 원래는 20분, 30분 밖에 안남은거야. 우리는 마을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차도 1시간 뒤에 오기로 맞춰져있고… 그래서 급히 차를 섭외를 하려고 하는데 찾을 수는 없고… 한 10명의 애들과 나와 스텝이 차를 못찾으니까 트럭을 섭외했어. 그 트럭에 실려가지고 캐리어 들고 트럭 뒤에서 덜덜덜덜 가다가 또 트럭이 못 가는 길이 있어. 거기선 또 내려서 캐리어 들고 진창을 막 뛰기 시작한거지! 갔더니 역엔 아무도 없고. 워낙 사람이 없다보니까, 하다 못해 수위 아저씨같은 사람도 없고! 그냥 기차가 떠났는지도 모르겠고, 말도 안통하고. 그렇게 그냥 멍하게 앉아있다가 다행히 한 20분 후에 기차가 오더라고.
엘리: 헐, 근데 역에 아무도 없으면 표는 어떻게 사죠?
변: 그러니까 더 당황스러웠던거지. 그 때 우리 중에 러시아 전문인이 아무도 없었던거야 . 가이드도 통역자도 아무도 없으니까 표는 어디서 살지도 모르겠고, 기차는 지나갔는지도 모르겠고. 거기다 심지어 전화도 안터져!다행히 기차를 타면 기차 안에서 표를 살 수 있더라고. 그래서 그냥 기차 안에서 표사고 나왔지.
엘리: 에, 다행이네요. 그래서 러시아는 자유여행하기 힘들다니까~ 음… 또 무슨 질문이 있을까나? … 변은 왜 여행이 좋아요?
변: 여행이 왜 좋냐고? 나 여행 별로 안 좋아해!
엘리: 엥?! 여행 안좋아한다고? 그럼 여행사를 왜 차린거에요!
변: ㅎㅎㅎㅎ
엘리: 아닌데?어디 인터뷰나 맵소개 뭐 이런데서 변 여행 좋아한다고 써져 있던거 같은데?
변: 에이, 그건 그냥 하는 말이지~
엘리: 진짜? 진짜 여행이 안좋다고요?
변: 그냥 여행을 남들이 좋아하는거처럼 막 열렬히 좋아하는건 아니고. 여행가면 좋지! 여행가면 다른 곳에 와있다는 신선한 느낌, 그런 느낌들이 좋고. 근데 난 워낙에 분석적인 인간이라서 ‘이게뭘까’라는 걸 계속 생각하게 되. 그냥 막 즐기고 있기 보다는 ‘이게 뭘까’라는걸 계속 분석해. 예를 들자면, 히말라야에 갔을 때 설산이 있잖아? 거기서 트랙킹을 가는데, 멀리서 포카라에서 봤을 때는 멀리 있으니까 ‘우와~’하는 이 정도였는데, 가까이 가니까 사이즈가 점점 커지잖아? 그게 어떤 순간에 굉장히 두렵다는 느낌이 드는거야. 그니깐 아름답다를 넘어서 두렵다. 뭐, 어떤 경외감 같은거? 그런 두려운 것에 대해서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경외감도 의학적으로 보면 일종의 공포심이거든. 그런 느낌이 드는거야,‘아, 이런게 경외감의 실체구나.’ 그렇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을꺼 같은 거대한 존재가 내 앞에 있는데 그 앞에 나는 너무도 작고 외소한 존재처럼 느껴지는, 그런 장면에 압도당할 때 ‘아, 이런걸 경외감이라고 하는구나’라고… 난 설산을 보면서 막 그런 생각을 하는거지. ㅎㅎㅎㅎ
엘리: 그렇게 여행 할 때 막 심오한 생각 많이하고 그러면 제대로 못 즐기고 스트레스 받고 그러지 않아요?
변: 아니, 그런건 아니야. 나도 즐길건 다 즐기지~ 근데 그런 생각들이 한쪽에 있어서 여행할 때 막 빠져들거나 막 몰입하거나 그러지는 못하는거 같애. 그래서 여행을 아주 좋아한다고는 하기는 좀 어렵지.
엘리: 그럼 변은 여행갈 때 왜 가요? 일 적인 이런거 말고 그냥 여행갈 때.
변:음…여자친구랑 놀러? ㅎㅎㅎㅎ
엘리: 어머 ㅋㅋㅋ 이렇게 말한거 페북 트위터 블로그 이런데 다 공개해도 되는거에요?
변: 공개되면 뭐? 그게 뭐 잘못됬어?
엘리: 아니~ 잘못된건 아닌데… 넘 솔직하셔서 ㅋㅋㅋ ///>____<///
변: 그니까, 여행을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랑 가는냐도 중요한거 같애. 그 사람과 같이 있기 때문에 그 여행이 중요하거나 의미있거나 하는 경우들이 많지. 물론 가서 누군가를 만나고 이런 것도 있지만, 나는 사실 그런거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엘리: 아 정말?
변: 응. 전혀 공정여행사 사장스럽지 않지?
엘리: 네… ㅎㅎ 여행도 싫어하지~ 가서 누구 만나는거도 싫어하지~
변: 그건 그냥 개인의 특성이니까~ 음, 원래 낯도 많이 가려. 낯도 많이 가려서 내가 먼저 누구한테 말걸고 그런 것도 귀찮고 그럴 때가 많아. 나는 오히려 그냥 내 여행을 하는 거지, 가서 막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만나고 싶지가 않거든. 그러니까 같이 가는 사람이 굉장히 중요하고… 혼자 가는 여행은 별로 재미가 없더라고. 한번 해봤는데 혼자 가니까 썩 유쾌하지가 않더라. 나랑 잘 안맞나봐. 그러니까 여자친구랑 가게되지~
엘리: ㅎㅎㅎㅎ 그래도 그냥 친구들이랑 갈수도 있잖아요? 꼭 여자친구랑만 가요?
변: 에이, 남자들끼리 뭐 여행을 가겠니?~ 대학생때나 그러지~
엘리: 난 아직 친구들이랑 여행다니는데요?
변: 오해받아, 이 나이에 남자들끼리 놀러다니면! ‘얘네 뭔가 이상하다’ 막 이러고~
엘리: 아~전에 변이랑 아치랑 공연 보러 갈려고 했던 거처럼? ^^
변: 그렇지~ 그리고 여자친구랑 여행갈 시간도 없는데 뭐 구지 남자들이랑 여행을 가겠어? 시간도 없고 짬도 없고.. 그런거지.
엘리: ㅎㅎ 그러면 마지막으로, 변이 여행을 다니면서 배운게 있다면? 뭐, 여행에 대한 철학이 됬던 교훈이 됬던..
변: 음… 뭔가 재밌는 말이 나와야되는데, 그지?
엘리: 아니요. 그냥 진솔한 대답을 주셔요.
변: 여행을 가면… 아, 예전에 내가 좋아하는 선배 중에 한분이 그런 말을 했었어. 아이들을 데리고 비우는 여행을 해보자는거야. 짐을 잔뜩 싸가지고 가서 – 근데 이 짐이 내가 쓸 짐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줄 선물이거나 기부할 물건들인데 – 이걸 들고 걷는거야. 계속 여행을 다니면서 뭘 주고, 뭘 주고 이러다가 도착지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는 그런 여행을 해보자. 왜냐면 짐이란게 들고 있으면 무겁고 힘들잖아. 이게 불교에서 가르치는거랑 비슷한건데, 원래 여행갈 때 짐들 엄청나게 싸들고 가잖아. ‘아, 이건 다 정말 짐이구나 ‘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 이 짐 때문에 이걸 실었다가, 기다렸다가, 끌고 다니다면 힘들고 그런 짐들인데 뭘 그렇게 많이 맨날 들고 다닐까. 없으면 그냥 편하게 돌아다니면 되는데. 그 나라에 가도 옷도 있고 뭐도 있고 다 있는데 어차피 쓸꺼면 그냥 가서 사도 되는데 왜 힘들게 짐을 쌀까. 그래서 여행은 짐을 버려야 시작되는거.
엘리: 오~ 그래요, 이번에 네팔갈 때 얼마나 쪼금 싸가는지 보겠어요!
변: 난 원래 짐 많이 안갖고 다녀. 한 2박3일 출장갈일 있어도 그냥 그 가방 들고 다녀. 매일 들고다니는 가방.
엘리: 웅… 전 그런거 잘 못하거든요. 짐 조금 싸가지고 다니는거. 전 바리바리 다 싸들고 다니는 편이에요.
변: 그럼 힘들어~ 선물도 많이 못사고~
엘리: 그니까 선물 안사오지 ㅋㅋㅋㅋ 내꺼만 딱 들고 갔다 딱 들고 오는거죠. 선물을 어떻게 사~ 내 짐도 무거운데!
변: ㅎㅎㅎㅎ
엘리: 그럼 마지막으로~ 변만의 여행팁이 있다면?
변: 팁? 음…내가 종종하는 얘기가 있어. 인터뷰할 때도 했던 얘기긴한데, ‘공정여행에 대해 쉽게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까?’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 그 지역과, 그 지역의 문화와 사회와 경제를 어떻게 하고…그렇게 말하면 좀 어렵게 들리잖아? 그런데 그걸 쉽게 얘기한 사람이 있어. 외국에서 만든 공정여행 가이드 속에 있는 내용인데, 어렵게 생각할꺼 없다. ‘여행은 니가 친한 친구집에 찾아가는 거다.’라고 생각하라는거야. 그게 어떤 말이냐면, 우리가 친구 집에 갈 때 가서 부모님도 계시니까 작은 선물이라도 들고 가고, 가서도 신발을 어떻게 놔야되는지 조심하고,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이 가족안에서의 룰들이 있잖아? 그것들을 민감하게 봐서 ‘이렇게 해야되는거구나,’ 이런걸 느끼고, 도와드릴 일 있으면 돕고, 이러면서도 재밌게 놀다가 오는거잖아? 공정여행도 그런거야. 가서 부모님 계신데 부모님한테 말 안할 수 없잖아? 부모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친구집에 노는거지. 만약에 내가 캄보디아에 가. 그러면 내가 캄보디아에서 쓸만한,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한테 줄 수 있는 작은 선물도 챙겨보고. 가서 그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고 어떤 문화들을 가지고 있는지도 살펴서 조심스럽게 맞춰서 하고. 그 다음에 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돕고, 또 그 사람들이랑 적극적으로 만나서 얘기도 하고 인사도 하고… 뭐 이런거를 하는거. ‘그게 공정여행을 하는 사람의 마인드다,’ 라고 했는데, 그게 정말 마음에 와닿았어. 내가 친구집에 간다는 마음으로 여행을 가면, 내가 남한테 폐끼치고, 민폐끼치는 여행은 안 할수 있지않나.
엘리: 아… 진짜 말 된다. 여행갈 땐 친구집에 가는 것처럼… 좋은데요? 그럼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변! 우리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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