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기획자의 말, 이라고 제목을 붙이고 나니 실제로 기획서를 작성하고 결재를 받고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중인 팀원들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세 사람이면 세 사람 다에게 모두 자기가 생각하는 기획의도가 있을 테니 나는 딱 내 마음만큼만 말하련다.
트래블러스맵에 들어온 지 일년반.
지난 내 직장생활의 역사를 되돌려 볼때 근속2년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번째 직장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슬슬 그만둘 때가 된 건가 싶어 몸을 배배 꼬아도 보고
여기저기 다른 업무를 기웃거려보기도 하고
빡시게 정신없이 일을 막 해보기도 하다 겨우 새로운 팀, 팀원, 업무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팀 이름은 마음에 안든다. 전략홍보팀이 뭐냐..쳇)
작년에는 크리스마스때부터 연초까지 네팔 여행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말분위기가 어색하다. 겨울이면 항상 끼고 살던 두꺼운 패딩코트도 몇번 못입고 맨날 밖으로 돌아다녀서 올 겨울은 왠지 2년만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래서 뻔하지만 연말잔치를 생각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심심해서? 솔직히 그 보다는 트래블러스맵이라는 회사가 연말에 뭘 참 많이도 한다. 로드스꼴라 2기 종강파티, 1기들의 콘서트, 연말연시에 떠나는 여행들-지중해여행학교, 아프리카트럭킹여행학교, 중국 호도협 트레킹-의 사전 모임 등등. 들썩 들썩 사람들도 많이 드나들고 어짜피 한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인데 각각의 행사들을 묶어 축제기간으로 선포. 이 모든것들을 맥락안에서 풀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년 로드스꼴라 종강파티에 대한 귀여운 기억과
날이면 날마다 연습해대며 면업 분위기를 조성했던 로드스꼴라 1기들의 노랫소리도 한몫했다.
그리고 작년 추석때쯔음 함께 네팔 여행했던 네 분의 여행자들과의 식사자리도 떠올랐다.
작년 여름, 트래블러스맵의 첫번째 해외여행상품이었던 네팔 트레킹 이후 두 세번의 모임자리가 있었고
있는듯 없는듯 공식/비공식 적으로 함께 여행했던 분들끼리의 만남도 있었다.
"보고 싶어요" "누가 모임 좀 만들어줘요"라고 다들 그리워하지만 정작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트래블러스맵이 그 중심에서 한번쯤 연락도 드리고 다같이 보는 자리를 마련해 보면 어떨까 하는 건 내 오랜 욕심이기도 했다.
모둠모둠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모여서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여행추억도 되새기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자리가 그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을 위해 공개된다면 여행정보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도 생생한 정보의 나눔터가 될 것이고, 우리와 함께 다녀오지 않았더라도 그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할 수 있는 편한자리, 만들수 있지 않을까...
분위기는 여행자들이 편하게 들렀다 갈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면 좋겠다.
이왕 모이는 거 멋진 여행사진들이라도 구경하면서 좋은 공기를 마시는 상상도 하고, 눈앞에 펼쳐진 시린 풍경도 볼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여행'이라는 주제로 모인 사람들이니 그에 걸맞는 아기자기한 이벤트도 하면 좋겠다.
- 모두의 여행이야기
- 우리의 여행의 기억
- 실제로 여행에 딸려온 물건들
-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의 소망
- 내 여행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
이런 것들을 모아 "여행자의 바자르"를 기획했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사온 물건이나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고 파는 여행자물품벼룩시장을 열게 되었고
물물교환형태의 벼룩시장에서 마땅한 상품이 없을 때를 대비해 각국의 공정무역 음료를 파는 카페도 차리기로 했다.
이도저도 아니면 뭐라도 할 수 있게 그 시장의 화폐인 금화를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마련했다.
살것도 없고 음료도 마땅찮으면 그냥 그 금화를 먹어버리면 된다.
벼룩시장 말고 여행의 기억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 여행지에서 사온 물건을 맘껏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자랑터도 마련했다. 여행자들이 수집하고 있는 갖가지 신기한 기념품들, 자기가 여행을 기억하는 방식을 맘껏 자랑하고 남의 여행을 구경하면 된다.
나는 여행지에 가면 수첩을 사모은다. 아니 사실은 여행지가 아니라 시도때도 없이 이쁜 수첩을 사 모은다.
그러다가 여행지에서 특이한 수첩을 보면 사서 갖고 있거나 거기에 일기를 쓰거나 한다.
종류가 더 다양했더라면 맘껏 자랑했겠지만 내용의 보안상 자랑터에 내놓을 수는 없다.
작년에 네팔에 함께 갔던 한 여행자가
'그 나라에 가면 제일 먼저 수첩을 사고 거기에 여행을 기록한다'고 했다.
멋있어서 따라하기로 했다.
사람이 아주 많이 많이 와서
소위말하는 대박이 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컨셉이 명확한 여행자벼룩시장, 여행자모임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정례적으로 이런 행사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셨고
'이런 컨셉의 행사, 딱 내가 원하던 거였어요' 라고 말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반갑고 고맙고 신기하다.
재미있게 만들어서 여행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대잔치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