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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맵 소식/언론 보도

[비건/8월호]세상 어디에도 없는 숲_곰배령

# 이글은 채식 전문 매거진 비건 2015년 8월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숲

강원도 인제 곰배령 원시림 여행 


+ 글 트래블러스맵 공정여행연구소 라임

+ 사진 트래블러스맵  





트레킹 여행 중 손님들이 인솔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다 왔나요? 두 번째, 이제 다 왔나요? 세 번째, 도대체 언제 도착하나요?

늘 목표를 향해 빠르게 달려온 도시인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미래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본인이 지금 어떤 길 위에 서 있는지도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그러나 태어나서 한 번도 본적 없는 활엽수 원시림 속을 걷는다면 어떨까? 멸정위기의 야생화가 지천에 피어 있고 산보 중인 다람쥐와 종종 마주치는 길을 걷는다면?

트래블러스맵 공정여행 기획자, 라울이 소개하는 신비로운 곰배령의 풍경을 감상해보자.






Q. 곰배령은 왜 곰배령이에요?

마을 분들께 들은 두 가지 설이 있는데요. 산 정상의 풍경이 곰이 배를 깔고 누워있는 것 같다고 해서 곰배령이라는 설, 강원도라 곰취나물이 많아서 곰배령이라는 설이에요.


Q. 떠나기 전 상상했던 곰배령의 모습이 있나요?

가기 전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숲처럼 신비롭다는 이야기였어요. 직접 가보니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겠더군요. 1년 중 8개월만 개방하고, 1일 300명만 입산할 수 있다는 까다로운 조건도 굉장히 끌렸어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을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볼 수 있으니까. 가는 길도 험해서 들어가면 속세와 끊어진 느낌도 들어요.


Q. 애니메이션으로 치면 <월령공주>같은 느낌?

맞아요. 제주도 비자림도 떠올릴 수 있겠네요. 우거진 나무에 덩쿨 식물이 있고. 저도 그런 숲은 처음 봤어요. 많이 보는 곰배령 사진 중에 이끼가 끼어있는 나무 그루터기 사진이 있거든요. 실제로 보면 성인 두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엄청 커요. 그런 낯선 풍경 하나하나가 곰배령을 신비롭게 느끼게 하죠.







Q. 곰배령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언제라고 생각해요?

4시간 트레킹을 마치고 곰배령 정상에 당도하는 딱 그 순간이요. 그렇게 높은 산 위에 넓은 꽃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곰배령에만 800여 종의 식물이 있대요. 땀을 뻘뻘 흘리고 고개를 들었는데 처음 보는 야생화들이 살랑살랑 흔들리면서 잘 왔어, 고생했어, 인사해주는 느낌. 보통 여행사에서 곰배령을 소개할 때 '천상의 화원'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Q.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올라가는 길은 어떤가요?

주로 저희 여행사를 통해 가시는 분들은 40,50대 여성 분들인데 전혀 무리 없이 잘 올라가셨어요. 중간중간 쉴 수도 있고 정 힘들면 멈추고 내려가도 괜찮아요. 정상까지 안 가더라도 가는 길에 생소한 이름의 풀과 꽃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현지 마을 주민이 직접 숲 해설도 해주시니 지루하지 않아서 좋고요. 저희 여행의 목표가 꼭 정상은 아니니까요. 많은 분들이 숲 곳곳에 묻어있는 야생의 자연을 천천히 느끼시면 좋겠어요.






Q. 그곳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생활 풍경이 궁금하네요.

보통 여행자들이 숙박이나 식사하러 가는 곳이 '설피마을'이에요. 대부분의 주민분들이 민박을 운영하고 계시고요. 아마 거의 그곳 출신이겠지만 입산 기간이 끝나면 언제나 양양 쪽으로 나가서 사시는 분들도 있어요. 워낙 외진 곳이라서. 제가 아는 식당 사장님은 매년 11월에 여행을 떠나세요. 식당에 그래서 히말라야에서 찍은 사진도 걸려있고. 멋지게 사시는 분이죠.



Q. 추천하는 곰배령 여행 코스가 있다면요?

1박2일 여행이라면 첫째 날에는 방태산 자연휴양림에 가요. 다음날 곰배령 왕복 8시간 트레킹이니까 가볍게 걸으면서 몸을 푸는 코스죠. 방태산에 가서 느낀 게 '관약산이랑 완전 다르구나'였어요. 한국 산들이 계획적으로 나무를 심어서 조성된 숲이 많잖아요. 나무 간격이 일정하게 띄워져 있고요. 여기는 훨씬 촘촘하고 빼곡해서 깜짝 놀랐어요. 사진보다 실제로 보면 훨씬 신기해요. 아, 이게 진짜 자연이 만든 숲이구나 싶죠. 

그리고 차가 있다면 한계령 넘어서 양양에 갈 수 있으니까 바다 한번 보로 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러면 숲과 바다를 모두 볼 수 있는 코스가 된답니다.





Q. 어떤 분들에게 추천 하고 싶은 여행인가요?

정말 우리나라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낯선 자연 풍경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국내 여행 사진을 보면 다 똑같이 느껴질 때도 많잖아요. 곰배령은 정말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과 날 것 그대로의 숲을 볼 수 있고요. 단순히 '휴식'이라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일탈'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꼭 일탈이라는 것이 굉장히 파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유흥을 즐기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니까. 실제로 40,50대 어머니들이 오셔서 나물밥 드시면서 어릴 적 추억도 떠올리시고 기분 좋으면 술 한 잔씩 하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자유롭다고 느껴져요. 



Q. 곰배령 공정여행 팁을 알려주세요.

곰배령이 최근 몇 년 사이 TV나 여러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면서 이제 완전히 관광지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들어가보면 주차장에 차도 엄청 많아요. 단체 관광객 분들이 가끔 주차장에서 식사를 하시는데 웬만하면 지역에 있는 식당을 꼭 이요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마을 분들이 직접 채취한 나물로 밥을 먹는 경험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그 분들의 생활터전에 방문하는거니까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면 좋지 않을까요? 곰배령 올라가서도 도시락 보다는 간단한 요기거리만 챙겨서 음식물을 원시림에 버리지 않도록 주의하고요.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게 중요할 것 같아요. 다음 사람이 또 기분 좋게 청정한 자연은 맛보고 갈 수 있도록 배려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