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Africa. 이한철의 아프리카 트럭킹 여행기 (8) 사파리, 여행은 계속된다.
드넓은 초원을 가로지르는 흙길에
먼지를 일으키며 사파리, 여행은 계속된다.
응고롱고로로 향하는 여정
꼬박 이틀을 달려 응고롱고로, 세렝게티로 향하고 있다. 그곳에 가면 드넓은 평원과 엄청난 수의 동물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 탄자니아에는 그런 기대감을 충만케 하는 것들이 가득 하다. 먼저 화폐다. 탄자니아의 지폐는 1,000실링짜리에 탄자니아 건국의 아버지 '줄리어스 니에레레'가 그려진 것을 제외하고는 버펄로, 코끼리, 코뿔소, 사자처럼 동물이 그려져 있다. 그 다음은 맥주. 맥주도 세렝게티, 사파리, 엔도뷰(코끼리라는 뜻의 스와힐리어), 킬리만자로 같은 이름으로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응고롱고로로 들어가기 전날 밤 이 맥주들을 번갈아 맛보며 다음날 만날 동물들을 기대했다.
응고롱고로로 가는 날 아침, 트럭에서 사파리차량으로 옮겨 탔다. 사파리는 스와힐리어로 여행이란 뜻. 우리는 이제 대자연의 세계로 짧은 여행을 떠난다. 한 차에 5~6명이 나눠 타고 드디어 출발. 사파리 차량은 오래된 일본산 지프다. 덜컹거리며 노면의 충격을 백퍼센트 몸으로 전달하는 지프지만 사실 내 마음이 그보다 더 들썩였다. 게다가 차량 안에 지지대를 덧대어 선루프까지 만들어 사파리하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이 선루프 덕분에 보다 멀리의 전망이 확보되고, 어떤 창문과 필터의 여과 없이 두 눈으로 생생한 동물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능했다. 참고로 국립공원 안에서 사파리차량은 길을 벗어날 수 없으며, 정해진 장소 외에 승객은 차량에서 내릴 수 없게 되어있다. 그래서 초원의 어디든 들어가서 동물을 만나고 아무 길에서나 내려서 촬영된 TV 다큐멘터리를 보면 ‘앗! 반칙!!’하게 된다. 아마 일정한 사전 조율을 거친 후 특권을 부여 받았을 테다.
응고롱고로에서 만난 다양한 동물들
사파리 차량을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얼마나 올랐을까? 산자락의 능선에서 잠시 차를 멈추니 응고롱고로가 한 눈에 들어온다. 낮게 구름이 깔려 더 신비해 보이는 태곳적 자연의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낮은 구릉지 응고롱고로. 한참을 서서 대자연의 위대함에 푹 빠져 있을 때, "코끼리다." 누군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친다. 그 쪽으로 다가가 "어디? 어디?" 물어봤더니 손끝으로 코끼리 무리가 있는 쪽을 가리켜주는데 아무리 봐도 없다.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이고?", "저기 있잖아요. 엄마코끼리, 아기코끼리..." 실랑이를 하며 눈으로 뒤지기를 한참한 뒤에야 발견한 코끼리들은 큰 캔버스위에 0.3mm짜리 볼펜으로 점 하나 찍어놓은 듯 한 크기였다. 가장 큰 동물 중에 하나인 코끼리가 점으로 보일 정도로 응고롱고로는 드넓은 초원이었다.
카메라를 꺼내 들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장면을 잽싸게 잡아내려 셔터를 눌러댔다. 그런데 어찌된 건지 눈으로 볼 때의 그 감동을 담아낼 수가 없다. 코끼리는 아예 모습을 감춰버렸다. 인증이라도 할 요량으로 먼발치의 응고롱고로를 배경으로 내 모습을 함께 찍었지만 그 역시 합성사진 마냥 어울리지 않았다. 대자연의 그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얕은 의도가 응고롱고로에서는 먹혀들지 않는다.
이제는 다시 구불구불한 길을 내려간다. 위에서 내려다볼 때의 구름층을 지나서인지 살짝 뿌옇고 습한 공기가 응고롱고로를 더 신비롭게 한다. 나무가 거꾸로 박혀 뿌리가 위로 자란 것 같은 낯선 모양의 나무들도 눈에 띈다. 꽤 내려왔다 싶을 때 코너를 돌다가 한 무리의 버팔로떼를 발견했다. 그들의 기습적인 등장에 다들 놀래서 셔터를 눌러댄다. 귀여운 돼지 식구들도 스쳐 지난다. 구릉으로 다 내려오니 동물들이 보이는 횟수가 잦다. 나란히 서서 우리를 구경하는 얼룩말 무리, 아까 점이었던 그 코끼리, 가젤과 타조, 외로운 암사자, 지나치게 가는 다리로 균형감 없게 생긴 누떼까지 그 모습을 드러내준다. 드넓은 초원을 가로지르는 흙길에 먼지를 일으키며 사파리, 여행은 계속된다.
응고롱고로 (Ngorongoro)
응고롱고로~ 응고롱고로~ 응고롱고로~
가사가 응고로고로 뿐인 이 곡은 연주곡에 가까운데, 마사이어로 '큰 구멍'이란 뜻의 이 말이 주는 어감이 좋아서 사파리하는 내내 흥얼거리다가 곡을 완성하게 되었다. 밴드와 함께 연주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곡의 중반에 동물들의 소리를 넣고 싶었는데 시간관계상 아카펠라로 처리했다. 개그맨 정종철과 함께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이한철이 보내온 음악 ''응고롱고로'' 들으러 가기>
(원문출처 : 싸이월드 스페셜 뮤지션's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