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세째날: 간드룽-타다파니(2680M) _ 네팔 트레킹 (5)
마흔의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네팔 트레킹을 선택하신 토마토님의 여행이야기를 들어보세요~ ^-^
'옴마니반메훔' 경전을 들으며 아침식사를 했다. 반복되는 소리에 마음이 평안해진다.
출발을 앞두고 기타에게 물었다. 오늘도 'UP'이냐고. 어제의 V자 코스가 너무 힘들었기때문.
오늘은 '정글'이란다.
산길을 따라 걷다보니 정말 정글이다.
앗, 그런데 갑자기 숲에 원숭이가 나타났다.
아니, 원숭이에게는 갑자기 인간이 나타난거겠지.
'아마존의 눈물'을 본지 얼마 안됬는데, 마치 내가 그 정글에 있는 듯한 느낌^^
수백년은 되었음직한 거대한 나무, 이 숲 속에 있다 생각하니 갑자기 경건해진다.
우리는 그저 이 자연의 일부일 뿐.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파괴하는건 너무나 오만하지 않은가. 그 대가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올 것이다.
한쪽은 정글, 한쪽엔 예쁜 꽃나무가 만발하고, 그 너머에는 히말라야의 하얀 설산이 보인다.
한번에 이 많은 절경들을 볼 수 있다니 갑자기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일찍 트레킹을 마치고 숙소에 짐을 풀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히말라야의 빨래들. 뽀송뽀송한 그 느낌
오늘 점심은 볶은 국수, 감자, 그리고 우리 만두랑 똑같이 생긴 모모.. 트레킹 후에 먹는 음식은 꿀맛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점심먹고 훌라를 한판 치고 나서 해가 떨어지자 날도 추워지고 갑자기 오한이 난다.
속은 울렁거리고 메스껍다. 어지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푼힐일출은 봐야하는데.. 이러다 하산해야하는거는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따뜻한 불을 찾아 부엌으로 옮겼다.
부엌은 저녁 준비 중. 우리 이쁜 포터들은 저녁식사 준비를 돕고 있다.
음식을 하는 장작불 앞에 앉아 몸을 녹이니 조금 나아진다.
히말라야 산간의 부엌들은 어딜가나 놀랄만큼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그래서 전기가 안들어오는 밤에도 촛불에 의지해 음식을 해낼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우리의 쉐프는 열여덟 인디안 아가씨, 웃는 미소가 너무 이쁘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봉우리들.
왼쪽에서 부터 마차푸차레(Machapuchare, 6,993M), 히운출리(6,441M), 안나푸르나 사우스(721,9M), 너무 멋지다.
찬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왔는데 첫날 톨카에서 같은 숙소에 머물렀던 일본인 여행자를 만났다.
어찌나 반가운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2년째 장기여행중인 이 일본인은 정신과의사란다.
어느날 내가 무엇때문에 일을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겼고 그렇게 여행을 시작했단다.
4월이면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의사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한다. 그때는 지금의 레게머리도 잘라야할거라고 웃음짓는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질문에 답을 얻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훨씬 힘을 얻었을거고 더 좋은 의사가 될 것이다.
해가 저물고 오늘도 우리는 마당 의자에 고개를 들고 제비처럼 쪼로로 누워있다.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이야~"
갑작스런 탄성.
다섯명이 동시에 별똥별을 봤다. 그 넓은 하늘을, 서로 다르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동시에 같은 별을 본 이 행운!
고산병을 이겨내고 무사히 푼힐까지 갈 수 있을거 같은 자신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