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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맵 소식/공지사항

[여행탐구생활] 푸른 지구를 위해, 에코투어리즘

 


우리는 익숙한 공간, 매일 반복되는 풍경을 벗어나고자 여행을 떠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바다 등 쉽게 볼 수 없는 경이로운 풍광을 찾곤 하는데... 여행하는 이들은 알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휴식을 취하고자 찾아간 에메랄드색 바닷가가 우리 때문에 그 빛을 잃어간다는 것을. 우리가 힐링을 받고자 찾아간 산이 우리 때문에 푸르른 나무들을 잃고 있다는 것을. 여행이 점차 대중화되면서 비행기로 여행을 하는 것이 당연해졌고, 호텔 화장실에서 따뜻한 물이 제공되지 않으면 컴플레인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사이, 우리의 여행이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우린 환경보호를 위해 영원히 여행을 하면 안되는걸까?

그렇지 않다. 여행인구가 늘어날수록 날로 심해지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관광업계에서도 이를 만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학을 의미하는 'ecology'와 관광을 의미하는 'tourism'의 합성어인 에코투어리즘(ecotourism)은 자연에 끼쳐지는 피해를 최대한 줄이면서 자연을 즐기는 여행을 뜻한다. 에코투어리즘은 여행이 단순히 이익을 내기 위함이 아닌 자연을 보호하면서 현지 지역민들의 복리향상을 위한 여행인 것이다. 오늘은 독특한 자연환경으로 수많은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네팔에서 축복받은 환경자원을 지키면서 네팔리 사람들에게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네팔의에코투어리즘의 사례를 소개해본다. 



네팔은 바다가 닿지 않는 중앙아시아의 하늘을 찌를 듯 한 웅장한 산들로 이루어진 험한 지형에 위치해있다. 작고 가난한 나라이지만 매년 전세계 산악인들과 등반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세상의 지붕’이라는 별명에 알맞게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 10개 중 8개가 이 곳에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네팔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야하는 짜릿한 어드벤쳐와 정상을 향한 꿈을 가진 이들이 모여든다. 게다가 네팔의 남부엔 거대한 정글과 부처의 출생지로 알려진 룸비니가 있어 네팔엔 산악인들 이외에도 다양한 여행자들이 오고 간다.


치트완 국립공원 (Chitwan National Park)

네팔을 생각하면 새하얀 눈이 덮힌 설산이 떠오르겠지만, 네팔의 치트완 국립공원은 932㎡의 거대한 정글이다. ‘정글의 심장’이라는 뜻을 지닌 치트완은 네팔에 생긴 첫 생태국립공원이다. 한 때 네팔의 지배계층이 코뿔소, 호랑이 사냥을 즐기던 출입제한 사냥터였던 치트완은 1950년대에 가난한 농부들이 산에서 내려와 정착하면서 무분별한 야생동물 밀렵이 만연해졌다. 농부들은 사냥과 함께 농사지을 땅을 만들기 위해 정글의 울창한 숲에도 불을 붙였다. 

한 때 인근에서 800마리가 넘게 서식하던 코뿔소는 10여년 만에 95마리밖에 남지 않았고, 그제서야 네팔의 정부는 이러한 충격적인 정글파괴의 심각성을 깨닫고 법적으로 야생동식물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치트완을 국립공원으로 만들어 사냥과 인위적인 산불을 금지시키고 밀렵꾼들을 막기 위해 130여명의 군인들이 국립공원을 지키게 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 덕분인지, 치트완은 정글의 숲을 되찾았다. 치트완 국립공원엔 다시 40여 종이 넘는 포유동물과 450여 종의 새들이 살고 있다. 라프티 강을 따라 배를 타고 가다보면 운이 좋은 날엔 느림보곰, 표범, 멧돼지와 사슴도 볼 수 있다. 푸릇푸릇한 정글이 그 아름다움을 되찾자, UN에선 치트완 국립공원을 UNESCO 세계유산으로 지정했고, 덕분에 더 많은 여행자들이 훼손되지 않은 네팔의 숲과 야생동물을 보기 위해 모여든다.


READ Global의 도서관 프로젝트

네팔의 에코투어리즘은 사실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보다 네팔을, 네팔의 높은 산과 울창한 정글을, 그리고 그 곳에서 삶의 터전을 이루고 사는 친절한 네팔인들을 사랑한 관광객들과 단체들로 시작된 경우가 많다. 때문에 네팔의 에코투어들은 단지 자연친화적인 광광 뿐만 아니라 대대로 내려온 가난의 굴레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네팔의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인도주의적이고 사회환원적인 목적도 함께 품곤 한다.

미국 여행사 “Myths and Mountains”의 도서관 건립 여행이 그 한 예이다. Myths and Mountains의 네팔 여행은 문화체험, 종교와 성지순례, 자연과 자연치유 등 다양한 테마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이 여행들의 공통된 점은 네팔로 여행하는 여행자들의 여행비용으로 도서관 건립비용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도서관 건립 프로젝트는 1991년, Myths and Mountains의 설립자 안토니오 뉴바워 박사가 네팔여행 중 오지에 숨겨진 작은 마을을 통과하면서 시작되었다. 마을 사람들을 돕고 싶었던 뉴바워 박사는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마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돌아온 건 상상도 하지 못했던 답이었다. 마을사람들이 말한 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바로 도서관. 비록 생활은 넉넉치 못하나 마을사람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절실했던 것이다.

뉴바워 박사는 미국으로 돌아가 네팔에서 만난 마을사람들을 돕기 위한 여행을 만들기로 했다. 그들의 삶의 터전인 히말라야의 산들이 넘쳐나는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로 뒤덮히는 것을 보고, 그는 여행자들을 네팔의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데리고가, 이 모습이 앞으로도 지켜지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설명했다. 또한 험한 네팔의 산 속에 있는 작은 마을들로 여행자들을 데리고 가 네팔에서 사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교류하게 했다. 비록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살고 있지만 순수하고 친절한 네팔리 사람들을 만난 여행자들은 진심으로 감동했다. 그리고 마을에 도서관을 지을 수 있도록 기부금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여행을 통한 도서관 짖기 프로젝트 READ Global가 탄생하였다.  Myths and Mountains의 READ Global 프로젝트는 이제 네팔의 한 마을이 아닌 네팔 곳곳의 작은 마을들은 물론, 인도와 부탄의 작은 마을들에도 도서관을 지어 지역 주민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 있다. 현재 이 세 나라엔 READ Global 프로젝트를 통해 67개가 넘는 도서관이 지어졌고 200만명의 마을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은 그대로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잠시 지나가는 것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그 곳에살아가는 사람들과 동식물들 위해 여행자는 여행지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막힌 가슴을 뻥 뚫어주는 새파란 하늘을 위해, 답답하고 지칠 때 힐링을 주는 푸르른 산을 위해, 앞으론 지구를 지키는 여행, 에코투어를 떠나보는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