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나날이 높아지고, 선선한 바람이 뺨을 훑는다. 하늘이 푸르러질수록 잎들은 제각각 노랗고 빨간 빛으로 물든다. 가을은 등화가친 (燈火可親)의 계절이라 하더니 하루가 다르게 일찍 해가 지는 시원상쾌한 가을밤은 정말 책을 읽기에 좋은 시기인 듯 하다. 휴가철과 추석연휴가 지난 요즘 직접 여행을 떠나기 어렵다면, 낮에는 색색으로 단장한 나무 아래서, 밤에는 어둑한 방에서 작은 북램프 하나 친구삼아 책과 함께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이번 여행탐구생활엔 독서의 계절을 맞아 맵피플이 직접 나서보았다. 나무들도 나무마다 자기의 색을 가지고 있듯, 사람에도, 책에도, 여행에도 그 고유의 색이 있다. 자기개성이 뚜렷한 사람들의 집단으로 알려진 트래블러스맵. 그래서 트래블러스맵의 여행들엔 기획자만의 색이 강하다. 그들이 추천하는 책들 또한 추천자만의 취향이 온전히 느껴진다. 맵피플이 추천하는 책들을 한 페이지씩 넘기고 한 문장마다 따라 걸으며 그들만의 여행의 색을 느껴보길.
해외여행팀 메아리 철도원은 일본 단편소설 모음집인데, 그 안에 러브레터라는 소설이 있어요. 슬픈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인데요, 읽으면서 긴 겨울 일본의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소설 내용은 위장결혼을 한 남녀가 혼인신고를 할 때 단 한번 얼굴을 본 사이였어요. 그 후 남자는 어느 날 갑자기 여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으로 향하죠. 그리고 알게 되요. 그 여자는 한 번 본 그 남자를 평생 그리워하면서 힘든 생활 속에서 의지했다는 걸. 그 모습이 당시엔 엄청 사랑스럽게 느껴졌거든요. 사랑이 간절할 때 읽어서 그런지 일본에 가면 사랑이 시작될 것 같기도 했고요. 그래서 사랑에 빠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사랑이 막 고픈 사람들에게. (덧붙임: 한 10번 읽은 것 같아요. 군대에서 읽었거든요.) |
“South Southeast" by 스티브 맥커리 마케팅팀 엘리 개인적으로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들을 참 좋아해요. 사진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그 분의 사진은 굳이 설명 없이도 ‘아, 이 사진가는 뭔가 다르다’라는 걸 느낄 수 있죠. 한창 유럽여행을 준비하다가 그의 ‘South Southeast’ 사진집을 접하게 됐는데, 이전엔 없었던 동남아에 대한 환상, 동경 이런 것들이 마구마구 생겨났어요. 스리랑카의 어부들, 캄보디아의 오렌지색 승복을 입은 승려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졌죠. |
“식객” by 허영만 국내여행팀 맥심 ‘식객’본 적 있어요? 보면 정말 전국의 맛집을 다 돌아다니고 싶을꺼에요. 먹음직스러운 사진들이 정말 군침 돌게 해요. 배고플 때 보면 위장, 소장, 대장에서 음식 넣어달라고 난리칠껄요! |
“남한산성” by 김훈 마케팅팀 콘 제가 좋아하는 김훈이라는 작가가 쓴 책이에요. 제가 그 분의 담담한 어투를 좋아 하거든요.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배경으로 한 책인데, 클라이막스 부분인 삼전도의 굴욕이라고 불리는 인조의 치욕스러운 사건을 굉장히 담담하고 서정적으로 표현한게 강하게 기억에 남았어요.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더 감정적인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한달까? |
"The Historian" by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국내여행팀 지아 제목만 보고 재미없을 것 같아 내버려두어 먼지가 쌓인 책. 어느 날 너무 심심해서 펼쳤는데, 결국 2, 3권까지 구매하게 만들 정도로 흡입력이 있었지요. 주인공이 드라큘라의 흔적을 찾아 15세기 동유럽을 배경으로 여행하는 내용이에요. 스토리가 재밌었다기보다는 실제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그 시기의 동유럽에 대한 생생한 묘사 덕분에 한동안 여행하는 기분이었어요. 작년 1월, 짧은 동유럽 여행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서 더욱 더 가고싶어진 것 같아요. |
“그림여행을 권함” by 김한민 마케팅팀 쭈 저는 “그림여행을 권함”을 읽고, 그림을 그리면서 하는 여행을 가고 싶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그림이라는 방식으로 여행을 기록하는 법을 배운거죠. 사진은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일기는 그 순간을 글로 표현하는데, 그 사이에 그림이 들어가면 너무 멋질 것 같았어요. 책에서 작가는 '그림은 시간과 기억을 다루는 기술이다.' 라고 표현하는데.. 읽으면서 느낄 수 있죠. 작가가 왜 그런말을 뒷페이지에 표현했는지를.... 그리고 작가 김한민씨도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진 않으셔서(?) 그림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어요. 저도 10월엔 꼭 드로잉을 배운다는 기똥찬 목표도 생겼어요~ |
나오시마 삼인삼색 by 전용성,황우섭,염혜원 경영기획팀 식초 제목에서 보이듯, 다이렉트로 나오시마섬에 대한 이야기를 세사람이 쓴 책이예요. 호기심으로 샀던 당시 유일한 나오시마 책이었는데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노랑 호박과 안도타다오의 미술관, 섬의 꽃들과 고양이, 사람들을 실제로 보고싶어졌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결국 작년에 보러갔었지만. 이책은 정말 나오시마를 즐겁고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보여주었다는 것. |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by 박민우 교육여행팀 인턴 가재 총 세권으로 된 시리즈인데 빨리 읽을 수 있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새똥을 뿌리고 그걸 닦아주는 척하면서 값이 되는 물건을 훔쳐가는 도둑들이 글쓴이의 노트북을 가져가버린 일이예요. 글을 쓰고 사진을 저장해둔 노트북이 사라졌을 때, 절망감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이 책 덕분에 남미에 가서 실제로 새똥을 맞았을 때, 배낭을 앞으로 메고 현장을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었지요. 책을 읽지 않았던지 친구는 그 자리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렸어요. 역사, 지리, 정치 같은 배경지식 말고 생생한 남미의 현장을 보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1만 시간은 너무 짧아요. |
"낭만쿠바" by 송일곤 국내여행팀 칼리 쿠바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 중 마음에 드는 책은 없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쿠바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기가 그 껍질만 물고 빨 뿐 본질에 다가가지 못한다고 느꼈어요. 결국 여행을 하는 우리들은 타인이기에 ‘여행기’를 글로 쓴다는 것은 겉핥기가 되기 쉬운 것 같아요. 작가 송일곤은 영화촬영을 준비하면서 쿠바에 있었던 것 같아요. 프로덕션 작업을 위해 쿠바 사람들의 춤을 만나러 다니고, 쿠바에 살았던 한인들의 발자취를 더듬기도 하지만 함부로 그것들을 규정하거나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 시도하지 않아요. 그 광경들이 송일곤에게 어떤 감상을 일으키는지 사진으로, 글들로 다시 옮겨놓아요. 그 배열과 배치는 논리에 따라 흘러가지 않고 글 쓴 사람의 감정을 따라가요. 그 감정을 일으키고 있는 게 쿠바인 거죠. 이 책은 한국어로 쓰여지고 한국에서 출판되었지만 쿠바에서 씌어진 글이예요. 이 책을 만난 것도 쿠바에서였어요. 머물던 게스트 하우스 거실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더운 오후에 맥주마시면서 읽었죠. 절반 정도 읽었을 때 책이 없어져서 서운했어요. 저 책을 읽으면서 여행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았어요.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최근에서야 이 책을 샀어요. 추석 연휴때 여행가고 싶었는데, 어디 가지는 못하고 침대에 누워서 낭만쿠바를 읽었어요. 쉬는 날, 방바닥 굴러다니면서 읽어도 좋고, 쿠바를 여행하면서 읽어도 좋은 책이에요. 쿠바를 꿈꾼다면! 사는 게 무료하다면! 정말 먼 곳으로 가고 싶다면 권해주고 싶은 책이에요. 한 번에 다 읽지도 말고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한 장 읽고 한숨 한번 쉬고 덮어놓아도 좋을 책. |
"주말엔 숲으로" by 마스다 미리 해외여행팀 주이 곰배령 다녀온 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들른 서점에서 발견한 책.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여행사 직원이란 데 동질감을 느껴 집어든 만화책입니다. 우연히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된 한 친구 때문에 도시 생활에 지친 다른 친구 둘이 주말마다 숲에 가게 되는 내용인데, 줄여 말하면 이토록 건조하지만 직접 읽어보면 마음이 잔잔하면서 강렬하게 동요되는 위험한 책입니다. 주말마다 숲으로 가고 싶어지게 만드니까요. 카약을 사겠다고 결심할지도 모르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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