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트래블러스맵에 입사하고 나서 유난히 청소년들과 만나 교류할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회사에서 이번 2013 소셜벤쳐 청소년 멘토링 캠프에 참여하라고 했을 땐 흔쾌히 그러겠다 했지만,
사실 난 청소년 학생들을 대하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돌아보면 나도 무지하게 말 안듣는 중학생,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왠지 세상 모든 십대들이 나 같은 말 안듣는 말썽쟁이들일거라는 막연한 불신 같은게 있는걸까?
아니면 이 나이에도 집에선 어리광부리는 내가 다른 인격체에 어른노릇하려는 내 모습이 낯선건지도...
어쨌든 확실한건 중고등학생 나이또래 아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어색해진다는 것이다.
장마가 막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됬던 캠프 시작일, 난 그만 늦잠을 자버렸다.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서울역에 캠프 참가자들을 맞으러 뛰어간 그 날, 멀리 무리지어 날 기다리고 있는 '그들'을 발겼했다.
다들 나보다 머리 하나씩은 더 그들. 경연대회에 출전했다더니 하나같이 공부 좀 잘할 비주얼이다.
나도 모르게 슬쩍 긴장하고 다가가자 '그들'이 쑥쓰럽게 꾸벅이며 인사했다.
이렇게 서로 어색한 분위기에서 우리의 2박3일 멘토링 캠프가 시작되었다.
2013 소셜벤쳐 경연대회란?
소셜벤처 경연대회는 소셜벤처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와 인식을 넓히기 위해 시작되었다. 아이디어를 가진 청소년 또는 일반인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회적기업 모델을 발굴하면 이를 사업화 단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도 하는 육성사업이다. 소셜벤처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공부의 신'이나 '딜라이트'는 들어봤을 것이다. 두 기업 다 소셜벤처 경연대회를 통해 탄생한 사회적기업들이다.
이번 청소년 멘토링 캠프는 올해 소셜벤쳐 경연대회의 청소년 아이디어 부문 참가자들이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대회를 준비하면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자신들의 사업계획에 부족한 부분들은 보강해보도록 마련한 자리였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본선으로 진출한 학생들이니만큼 여느 청소년과는 다를꺼라고는 예상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사실, 나는 트래블러스맵에 입사지원하기 전까지 사회적기업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난 얼마 전까지 이런 컨셉이 있는 것조차 알지 못했는데, 이 어린 친구들은 벌써부터 자기만의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도전은 아직 시작단계
부모님의 이혼으로 상처 받았던 어릴적 기억을 바탕으로 높은 이혼률에 대한 문제를 풍자와 익살을 이용한 게임으로 풀고자 한 남학생.
중학교 때 왕따를 당했던 일을 소개하며 지금 어딘가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사업 아이디어를 낸 친구.
장애가 있는 가족을 보고 장애우들에게 경제적 자립심을 키워줄 수 있을 방법을 고민하다 일자리 프로그램을 떠올린 팀까지
각자 예선대회를 위해 오랜기간 생각해 온 아이디어들을 막힘없이 술술 소개해낸다.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엔 힘들 과거사도, 공개적으로 발표하기엔 잘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디어들도 '그들'은 담담하고 당당하게 끄집어 냈다.
그만큼 자기의 아이디어에 확신이 있고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왔기 때문에 그토록 당당할 수 있던게 아닐까?
그런데 용기를 내서 한명한테 말을 걸었어요. 딱 한번의 용기와 노력으로 다른 애들과도 친해지고, 혼자 왔다는 느낌을 거의 못 느꼈던것 같아요.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을 말할 수 있고, 모두가 한마음인 이런 곳에 3일동안 함께해서 좋았어요! ["아무름"팀 이지예 양] |
중요한건 이기는게 아니라, 함께하는 것
캠프시작 전, 몇몇 팀들에서 워크샵 중 쓸만한 사업 아이디어들을 모았다.
워크샵에선 그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해관계자 마인드맵을 그려보는 시간을 갖는데,
자기팀 아이디어야 이런 부분들을 늘쌍 생각해왔으니 이 미션이 딱히 어렵지 않겠지만
전날 처음 들어본 다른 팀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복잡한 이해관계자들을 따지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역시 '그들'은 만만치 않은 능력자들. 처음에 머뭇거리고 쑥쓰러워하던 모습은 그저 기우일 뿐,
이해관계자 지도를 쓱쓱 그려내더니 서로의 사업 아이디어들에 개선점까지 콕 찝어준다.
"공급자랑 협력자가 이렇게 많이 필요한데 소비자가 너무 적은거 아냐? 소비자 층을 좀 늘려야겠네~"
"수혜자도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대출분야는 경쟁자도 많은데 수혜받는 사람이 더 많아야 좀 차별화되지 않아?"
처음엔 본선에서 경쟁할 상대로 은근히 서로를 의식하는듯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로 알아가는 것 같았다.
결국엔 다 같은 방향을 향해가고 있는거라는걸. 경쟁자라기 보단 동료이고 친구라는걸.
터닝포인트. 업그레이드.
["은밀하게 위대하게"팀 심재한 군] |
남에서 가족이 되기까지
"아 쌤~ 모르는 애들이랑 어떻게 자요?" "그냥 같이 온 팀들이랑 같이 방 쓰면 안되요?"
첫날밤 방배정 리스트를 알려주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일부러 경연대회에 같이 출전한 팀대로가 아닌 랜덤으로 참가자들을 섞어 방을 배정했기 때문이다.
워크샵 팀배정 리스트를 보여주자 같은 불평들이 들렸다.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경연대회라 참가 학생들은 서울, 경기지역은 물론 멀리선 전주, 부산에서 온 친구들도 있었다.
경연대회에 한팀으로 참가한 학생들이 아니면 모두 다 처음보는 남인 셈이다.
캠프에 혼자 참가한 학생들도 배려해야 했고, 사실 서로서로
그래서 2박3일간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의 동침과 작업을 하게 만들어 버렸는데, 그 결과는 과연 어땠을까?
소셜벤처 대회 하나로 처음 만나 팀을 이뤘던 503호, 513호 가족들! 이에요~ |
첨에 갈땐 솔직히 졸리고 재미없고 전형적인 캠프일 줄 알았는데 |
'그들'의 계속되는 꿈과 도전을 응원한다!
늘 불편하다, 귀찮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청소년 여행에 늘 동행하기로 하는걸 보면 분명 그 나이 또래 친구들에겐 '그들'만의 매력이 있는것 같다.
이미 굳어버린 나의 뇌로는 죽어라 짜내도 내지 못할 아이디어들을 술술 내어놓는 끝없는 상상력,
밤새 수다를 떨어도 지치지 않는 체력과 먹어도 먹어도 지치지 않는 허기,
만난지 얼마나 됬다고 서로 가족이 되고 형님이 되어버리는 미친 친화력,
늦은 밤 '다채롭지 않은' 숙소 편의점의 간식 셀렉션에 툴툴데며 걸어서 왕복 40분거리의 동네 편의점을 다녀오는 패기만만함까지.
내가 십대 때 가지지 못했던 목표를 향한 진취력과 적극성, 그리고 꿈을 향한 열정이 너무나도 뚜렷히 보였던
이번 캠프에서 만난 '그들'은 그동안 트래블러스맵을 통해 만난 십대들 중에서도 정말 특별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난 '그들'을, '그들'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한다. 얘들아, 열심히 준비해서 꼭 소셜벤처 글로벌 대회까지 가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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