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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맵 소식/공지사항

[여행탐구생활]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쏠쏠, 설국으로 떠나는 훗카이도 시레토고 답사 여행



보름달 빛 드는 숲은 소리 하나 없는 조용한 공간이었다. 바람이 없는 그 날, 숲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아무도 없다.

달빛은 부드럽게 대지를 비추고, 눈 덮인 대지는 숲 구석구석까지 그 빛을 두루 비치고 있다.

'이런 세상이 있구나...'

그 여행은 인공적인 조명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자연의 빛의 아름다음을 알려주는 눈빛 하이킹에서 시작됐다.

 
북해도 시레토코 답사여행은 3박4일의 일정이고, 내가 맵에서 처음 맡아 기획한 일이다.
당초 목적은 유빙.
모든 것이 눈으로 덮어져 있는 북해도의 풍경이 단조롭고 지루하지는 않을까, 4일 동안 눈만 보고있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내가 책임을 져서 인솔해야하는 한국인 여행자들을 생각하며 초조해졌다.
초조와 불안의 대부분은 언어 문제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의사소통하기에는 그다지 문제를 느끼지 않지만, 그것은 아는 사람의 경우이고 처음 만난 손님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의 가장 끈 수확은 북해도도 아니고 유빙도 아니고, 여행자들이었다. 동행한 5명의 여행자들은 때로는 나를 도와주고,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상담에 응해 주었다. 이번 여행이 답사 여행이기에 나는 많은 질문을 했고 여행자들은 열심히 답을 해주었다. 물론 그 안의 과정은 웃음을 동반하고 있었다.

그래! 나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내 여행의 기억으로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유명한 광관지가 아니고 맛있는 요리도 아니라 그때 여행을 동반한 친구이고, 단지 하루만이라도 현지에서 시간을 공유한 친구이었다.

물론 여행을 출발하기 전, 우리들은 서비스 제공자와 구매자인 뿐이었고 그것은 지금도 똑같다. 그렇지만 여행을 진행하면서 그 이상의 관계가 된다는 것, 그리고 이런 관계맺기야 말로 여행의 목적임을 알게 됐다.

일본사람과 한국사람, 인솔자와 여행자. 이런 경계선을 긋고 있던 사람은 나뿐이었다. 여행에 익숙한 참가자들은 인솔자와 친구처럼 지내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즐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샌가 나도 친구가 되어있었다.

 원시림 트레킹에서는 보통 진입할 수 없는 숲속으로 들어간다. 자연을 보호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진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겨울은 다르다. 1m나 쌓인 눈 위를 걸어가니 식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을 깨울 걱정도 없는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트레킹이다. 우리들은 어제 밤과는 또 다른 원시림을에서 산책을 즐겼다.

 유빙워크는 세상에서 여기, 우토로에서 밖에 할 수 없는 유빙을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멀리 러시아의 아무루강에서 온 밀물이 얼어서 유빙이 되어 해류의 힘으로 북해도 까지 흘러온다.
우리들은 어린아이처럼 신난 모습으로 유빙위를 걷고, 녹아서 셔벳 모양이 된 유빙에 잠겨 파도에 몸을 맡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유빙으로 덮어진 바다 때문에 어업을 할 수 없는 어부들이 겨울동안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유빙워크. 자연 황견을 살리는 훌륭한 아이디어다.

 

아바시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빙어낚시! 날씨는 좋지만 가만히 있으면 뼛속까지 시리는 언 호수에서 저녁 만찬을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낚싯대를 드리웠다. 생각도 못했던 큰 물고기까지 잡아서 저녁 때 맛있게 먹었다.

 눈 밖에 없는 곳에서 혹 지루하진 않을까했던 걱정과 달리 4일 동안 만난 풍경들은 각각의 아름다움을 뽐내주었다. 오히려 생각해 보면 설경을 한없이 바라보는 넉넉한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았다. 물론 밖에 나가서 가만히 풍경만을 보기에는 좀 춥다. 그렇지만 시도해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조금 더 천천히 여행 일정을 짜볼까?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늘려볼까?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다음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직업으로서의 여행과 여행자로서의 여행.
물론 둘은 다른 여행이지만 가능한 한 그 경계를 느끼지 않는 듯한, 그런 여행을 기획하고 싶다.

 
이시자와 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