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오염 최소화·오지 빈민촌서 주민들과 함께 생활···
이창헌 군(경기 용인 정평초등 6년)은 얼마 전 캄보디아 여행을 다녀왔다. 부모님과 누나 둘이 함께한 가족 여행이었다. 여행사가 제시한 6박7일짜리 여행 상품 가격은 1인당 약 150만 원. 여느 패키지여행의 2배 수준이었다. 창헌이네 가족은 일정 내내 전기도 안 들어오는 마을에서 오들오들 떨며 잠들었다. 여행지를 옮겨다니기 위해 1시간 30분씩 직접 자전거를 몰아야 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친 창헌이의 얼굴은 밝았다. “각오하고 떠난 여행이었는걸요. 평생 잊지 못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찍고 찍는’ 뻔한 패키지 상품은 싫다
우르르 몰려다니며 유명 관광지들을 대충 훑어보는 ‘패키지여행’의 자리를 ‘새로운 여행’이 속속 대체하고 있다. 일명 ‘공정 여행’도 그 중 하나다.
공정여행은 ‘현지 주민과 문화를 깊이 만나고, 여행객이 쓴 돈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며, 환경오염은 최소화한다’는 목표 아래 진행되는 여행 상품이다. 20여 년 전 영국에서 처음 시작돼 우리나라엔 200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명칭은 나라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외국에선 여행자의 윤리적 책임이나 환경보호 의무를 중시해 ‘책임여행’, ‘윤리적 여행’, ‘에코여행’ 등으로 불리며 우리나라에선 ‘공정여행’, ‘지속가능한 여행’, ‘착한 여행’이란 표현이 함께 쓰인다.
◆새우잠·종일 걷기···선뜻 '사서 고생'
공정여행은 휴식이나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 아니다 보니 여러모로 불편하다. 우선 잠자리. 호화로운 호텔 대신 지역 공동체가 관리하는 숙소나 현지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에서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행비로 쓰는 돈이 되도록 지역 경제를 돕는 데 쓰이도록 하기 위한 여행자의 배려다.
실제로 지난해 출간된 공정여행 안내책자 ‘희망을 여행하라’(이매진피스·이혜영·임영신 지음, 소나무)에 따르면 네팔 여행객이 쓰는 돈의 70~85%는 외국인 소유 호텔이나 관광업체가 챙긴다. 전체 관광 수익 중 산속 마을에 돌아가는 돈은 등산객이 쓰는 1~2%에 불과하다.
하지만 ‘불편한 잠자리’는 생각하기에 따라 여행객에게 전혀 다른 체험을 선사한다. 이창헌 군의 경우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155㎞ 떨어진 반띠아이츠마 마을에서 홈스테이(여행객이나 유학생이 현지 가정에서 머물며 그 나라의 문화를 익히는 것)로 하룻밤을 묵었다. 이 군은 “민박집 사람들과 말이 안 통해 손짓·발짓 다 해가며 대화를 나눠야 했지만 그들에게 배운 캄보디아 전통춤을 함께 즐길 땐 무척 즐거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라오스로 공정여행을 다녀온 초등학교 선생님 김승환 씨(전북 전주·휴직 중)도 현지 소수부족 마을에서 지낸 하루를 여행 중 가장 근사했던 추억으로 꼽았다. “여행객 중 초등 4년생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현지 아이들에게 공기놀이를 가르쳐주며 금세 친해지더군요. 현지인의 안내로 마을 도서관도 둘러보는 등 라오스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공정여행의 목적지는 대부분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들이다. 이 때문에 공정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은 출발 전, 반드시 현지인에게 줄 선물을 준비한다. 공정여행 전문 업체 착한여행에 근무하는 김시온 씨는 “라오스 여행객 중엔 현지 가정 아이에게 줄 학용품을 가져간 사람도 있었고 노인들을 위해 돋보기 한 상자를 챙겨간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물건’ 대신 ‘봉사’를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 이보현 트래블러스맵 홍보팀장은 “국내 공정여행 상품인 지리산여행학교에 참가하는 어린이들은 친환경비누를 만들어 현지인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간판을 제작해 민박집에 건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여행은 이동 방식도 독특하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거리 비행을 자주 하는 대신 한 번 방문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며 많이 걷는 게 일반적. 승용차나 버스 대신 자전거 등의 친환경 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공통적이다. 이 때문에 공정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들은 출발 전 설명회 때 고객들에게 “짐의 양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일회용품 사용도 자제해달라”는 주의사항을 꼭 전달한다.
◆주요 고객은 선생님·가족· · · 전망도 밝아
국내 공정여행 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어느새 전문 여행사가 10여 곳 생겨났고 성장세도 가파르다. ‘사서 고생하는’ 공정여행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여행사들은 공정여행에 몰리는 관심의 상당 부분은 선생님들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시온 씨는 “뻔한 패키지여행 대신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선생님들이 방학 때 공정여행 상품을 자주 문의한다”고 말했다. 자녀를 강하게 키우고 싶어하는 젊은 부모님도 주요 고객이다. 일본과 태국으로 두 차례 ‘가족 공정여행’을 다녀온 정은주 양(충남 예산초등 6년)은 “편하고 호화로운 여행보다 지역(주민)에 도움되는 여행이 의미 있다며 엄마가 적극 권하셨다”고 말했다.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대부분 공정여행 전문 여행사의 규모가 작은 데서 오는 한계다. 최근 캄보디아로 공정여행을 다녀온 박현정 씨(경기 용인)는 “오랫동안 계획을 세웠는데 출발 직전까지 항공권을 확보하지 못해 가슴 졸였다”고 말했다. 적은 이용객으로 상품을 꾸려야 하는 여행사 사정상 상품 가격이 꽤 부담스럽게 매겨지는 것도 이용객 입장에선 불만일 수 있다.
하지만 공정여행 시장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일단 다녀온 이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정부도 지난해 관련 업체들과 함께 공정여행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보현 팀장은 “공정여행 경험자의 만족도가 높은 데다 상품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찾을 수 있어 공정여행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트래블러스맵 소식 > 언론 보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론보도] ‘착한여행’떠나볼까…공정여행 조용한 인기 (이투데이 110214) (0) | 2011.02.14 |
---|---|
[언론보도] 스스로 떠나는 나홀로 여행… 도전정신·성취감 길러줘요 (조선일보 110206) (0) | 2011.02.08 |
[언론보도] 청소년이 만든, 청소년을 위한 '대안여행' (노컷뉴스) (0) | 2011.01.06 |
[언론보도] 여행대안학교 로드스꼴라, 일상에 지친 학생들 위한 알찬 겨울 여행 기획! (에이빙뉴스) (0) | 2011.01.05 |
더불어 사는 지구촌을 위한 ‘공정여행’ (아주경제) (0) | 2010.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