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을 고민하는 숙소에 붙여지는 이름, 에코롯지:::
당신이 공정여행자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말, ‘에코롯지’
에코 ECO + 롯지 LODGE = 에코롯지
에코롯지란 에코와 롯지가 합쳐진 말로 환경친화적인 숙박시설을 말한다. 하지만 에코롯지라는 단어를 포털사이트에 입력하면 외딴 곳 대자연에 둘러싸인 럭셔리하고 스파가 딸린 고급리조트가 검색결과로 나오기 십상이다. 청정 자연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갖가지 체험과 다이빙, 스노쿨링, 골프 등의 레포츠를 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고급리조트에서도 체험을 통한 환경에 대한 자각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 고급리조트가 반드시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데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악덕업체인 것만은 아니다. 침대시트나 수건을 매일 갈아줄 필요가 없다는 의사를 룸메이드에게 밝히는 캠페인을 하는 호텔, 세면대에 ‘어머니 지구를 살리자’, ‘우리의 지구를 지키자’ 등의 문구를 붙여두어 이용객으로 하여금 물과 에너지 절약을 상기시키는 캠페인 등을 하는 호텔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열대 우림을 밀어내고 지어진 호텔이나 일회용품에 담긴 샴푸, 비누 등을 마음껏 사용하는 곳에 붙여진 에코롯지라는 이름이 아이러니한 것은 여전하다.
호주의 에코롯지, Danetree Ecolodge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의미에서의 에코롯지는 대개 사용되는 에너지의 종류와 에너지 소비 형태 및 관리, 친환경적인 장소 선정과 건축재료의 사용, 쓰레기발생의 최소화와 배출관리, 지속적인 환경수칙 및 법규의 존재여부와 실행, 친환경적인 음식 재료 선정과 구매활동, 이용객이 체험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프로그램의 여부 등의 조건이 요구된다. 여행탐구생활 이번 호에서는 몇 가지 예를 살펴보며 세계의 에코롯지가 어떤 식으로 운영, 관리되는지를 인증제도와 에너지 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이야기할 나라는 스위스이다. 스위스는 환경, 대기오염, 종의 다양성, 천연자원의 관리 및 기후변화 등과 관련해 나라를 평가하는 기준인 환경성과지수(EPI: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에서 언제나 1, 2위를 다투는 나라이다. 국가정책으로 친환경적 수칙을 제정, 엄격히 적용하고 실행하고 있는 나라로 최첨단 친환경 호텔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위스에는 STEINBOCK-LABEL이라는 친환경 숙박시설에 부여하는 인증제도가 있는데, STEINBOCK은 알프스의 야생염소를 뜻한다. 이 인증을 획득하고 싶은 호텔은 건물 구조 등의 기본 정보를 제출한 후 지속적인 환경법규를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기본요구사항이 승인되면 환경, 지역 및 교통, 고용 및 사회, 재정, 관리 등 다섯 가지 기준에 따른 평가가 이루어지고 통과되면 교육 및 세미나, 최종 서명단계, 위원회의 허가를 거쳐 마크를 획득하게 된다. 제시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정도에 따라 사슴 마크가 한개부터 다섯개 까지 붙는다. 호텔의 컨디션을 별이 아닌 사슴으로 표시하는 것이 재미있다. 인증마크를 획득한 후에도 3년 마다 자격을 갱신해야 한다는 기준을 두어 지속적인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숙박시설에 적용되는 염소마크
(관련 홈페이지 : http://www.steinbock-label.ch/ (독일어))
위의 염소마크를 달고 있는 호텔은 아니지만 스위스의 친환경정책이 최첨단으로 실천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호텔을 소개한다. 2009년 9월에 오픈한 스위스 발레주 체르마트 지역 고르너 빙하 위 한가운데에 위치한 몬테로사 산장은 해발 2883미터에 위치하고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은 건물 자체에서 사용에너지의 90%를 생산해낸다는 것이다. 스위스 알파인 클럽이 기후보호단체인 MyClimate(국제적인 수준의 탄소 소비 측정 기술을 갖춘 단체)와 기술 협력을 통해 건설한 이 산장은 건축에 사용된 자재들을 모두 가벼운 것을 사용해 헬리콥터 수송 횟수를 줄여 연료를 줄이고 건축시간도 줄이며 지어졌다. 건물의 지붕을 담당하는 한 면 전체가 광전지 셀로 이루어져 있고 건물 자체가 태양전지와 자체 열발전소로 이루어져 산장 내의 오수처리, 환기, 조명 등의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외딴 산 위에 위치한 대체에너지 생산 및 활용에 과학기술이 총동원된 친환경적 산장이다.
(관련 홈페이지 : http://www.neuemonterosahuette.ch/ (독일어/프랑스어))
고급 호텔과 유명브랜드 상점이 늘어선 리조트 지역인 생모리츠에 위치한 팰리스 호텔은 20세기 초에 지어져 생모리츠 사교계의 중심 역할을 하던 고급 호텔이다. 이곳에서는 에너지 생산을 위해 독특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데, 생모리츠 호수의 꽁꽁 언 물을 활용하는 것이 그것이다. 겨울이 되면 꽁꽁 얼어버리는 호수물을 호수의 바닥에 심은 파이프를 통해 열펌프센터로 보내고 특수한 친환경 시스템을 통과하면 꽁꽁 언 물에서 섭씨 70도까지 물을 가열할 수 있는 에너지가 얻어진다고 한다. 이 에너지로 팰리스 호텔은 난방용 기름을 연간 475,000리터 절약하고 있다.
(관련 홈페이지 및 참조 : http://www.badruttspalace.com/, http://www.myswitzerland.co.kr/ )
가까운 나라 일본도 에코롯지에 대한 인증제도를 마련해 두어 숙박시설로 하여금 친환경적인 수칙을 만들고 이행하는데 참여하게 하고, 이용객에게는 친환경숙박시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에코롯지협회의 체크리스트를 보면 환경적인 지속가능성, 음식물, 쓰레기 감축과 재활용, 에너지와 물절약, 에코롯지로서 환경에 대한 관심과 자각, 녹색구매 등 여섯 가지 항목에 대한 리스트가 있다.
그 중에서도 에너지와 물 절약 부분의 체크리스트를 살펴보면,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 열회수 시스템(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공기, 호수의 물온도 등-에서 에너지를 추출해 열원으로 사용하는 것), 폐열재사용시스템, 연료전지설비 등을 사용하는가?
-태양열, 풍력, 지열 등의 대체에너지를 사용하여 일반적인 전력공급에 활용하는가?
-이중문, 이중창, 단열유리창 등을 설치하여 건축물의 단열 효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가?
-에너지 절약을 최대화 하기 위해 관련 설비를 유지 및 관리하는가?
-에너지 절약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서가 있는가?
-에너지 절약에 대한 실행계획서를 준수하며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데 노력하는가?
등의 항목이 있다.
체크리스트를 자가 체크한 후 점수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면 등록시설이라는 마크를 달 수 있고, 에코롯지협회에 의한 현장조사를 통해 인정을 받으면 인정시설이라는 마크를 달 수 있는데, 체크리스트의 달성여부에 따라 인정시설50+, 인정시설70+, 인정시설90+ 로 나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는 ‘노르딕스완’ 인증마크가 있다. 호텔 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에 적용되는 마크인데, 기본적으로 환경에의 영향을 최소화하는지가 고려되며 인증마크를 획득하기 위한 절차가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아이슬란드의 호스텔연맹 사이트는 아예 친환경강령을 제시하고 등록된 호스텔마다 기준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친환경수칙을 충족시키는 호스텔에 ‘Green Hostel’마크를 부여한다. 유럽연합도 ‘EU FLOWER’라는 통합된 친환경인증숙박시설 마크가 있다.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Alto Hotel은 EarthCheck Silver Certification을 비롯, 여러 개의 친환경 정책관련 수상경력이 있는 호텔로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곳이다. 호텔 내 전기에너지의 100%를 풍력에너지를 끌어다 사용하고, 효율이 높은 LED전구를 사용한다. 빗물을 청소나 정원을 가꾸는 용도 및 화장실용으로 재활용하고 하룻밤에 한 손님당 사용 가능한 물의 양과 전력의 양이 제한되어 있기도 하다.
숙박시설 뿐 아니라 카테고리를 일반 상품으로 넓혀보면 전세계에 존재하는 친환경인증마크는 굉장히 많다. 에코레이블인덱스가 밝힌 친환경인증제도만 해도 214개국, 25개의 산업분야에서 373개에 달한다(관련 홈페이지 : http://www.ecolabelindex.com/).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숙박시설은 어떤 친환경인증제도를 활용하고 있을까?
환경부와 한국산업기술원은 2010년 여름, 에너지 절약과 탄소 배출량 절감, 물 절약, 친환경 객실 관리 등 국내 호텔의 환경 친화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친환경 호텔 인증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증기준을 정립한 후 70% 이상 기준에 부합해야 친환경 호텔임을 밝힐 수 있는 제도로 10월 환경부 고시를 앞두고 있다는 기사를 마지막으로 아직 뚜렷한 소식이 들려온 것은 없다. 하지만 환경에의 관심이 높아지고 여행분야에서의 환경보호 실행방안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움직임인 것은 분명하다. 대체에너지, 재생에너지의 사용은 단지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만 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에너지 사용에 들어가는 비용발생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교체비용이나 시설구축비용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적, 환경적 이익이 큰 것임을 분명하다. 우리나라도 어서 대체에너지 사용 및 친환경 강령을 숙지하고 이행하는 숙박시설에 대한 인증제도나 인센티브 제도 등이 활성화되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친환경 수칙을 여행자에게 제시하는 숙박업체가 부각되길 바란다. 에코롯지에서 묵으며 국내공정여행을 즐길 수 있는 날을, 친환경 숙박 업체가 여행을 선택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트래블러스맵 소식 > 공지사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탐구생활] 새로운 스탭, 운(雲)의 "안녕하세요?" (0) | 2011.01.24 |
---|---|
[여행탐구생활] 글로벌하게 겨울나는 방법. 쓰고, 마시고, 노곤해지기. (0) | 2011.01.24 |
보내주신 마음과 정성, 고맙습니다. 아프리카에 잘 전달하고 오겠습니다. (0) | 2011.01.11 |
[여행탐구생활] 2011 지속가능한 여행 트렌드 전망 (1) | 2011.01.10 |
[여행탐구생활] 까도녀 지속씨의 공정발랄 여행일기 (1) 여행의 절반은 짐싸기에서 시작된다 (0) | 2011.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