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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중남미/아프리카

This is Africa. 이한철의 아프리카 여행기 (18) 아프리카의 진실


잔지바르에는 노예 무역의 아픈 역사가 있었다.

차가운 돌로 만든 지하의 방에 있었던

슬픈 영혼들을 떠올리니 플래시를 터뜨려가면서까지

사진을 찍어대고 싶지 않아 카메라를 껐다. 

아프리카의 아픈 역사

19세기 무렵 잔지바르는 인도양에서 가장 중요한 무역 중심지였다. 그 무역의 대상은 향신료, 거울, 럼주 같은 것들이었다고 한다. 이곳에 온 이방인들은 그런 것들을 내려두고 자신들의 배 가득 노예를 실었다. 잔지바르에는 노예무역의 아픈 역사가 있었던 것이다. 그 수가 엄청났다. 1930년에서 1973년 사이에 약 60만 명의 노예들이 배에 올랐고, 15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로 확대해보면 400년간 무려 1,000만 명의 노예가 팔려나갔다. 

한껏 들뜬 기분으로 올드타운을 쏘다니다가 들어간 영국성공회 교회건물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노예시장 터에 교회가 세워진 것이다. 교회건물의 지하에 팔려나갈 노예들이 머무는 임시수용실이 있었다. 차가운 돌로 만든 지하의 방은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고, 게다가 지나치게 좁았다. 그곳의 슬픈 영혼들을 떠올리니 플래시를 터뜨려가면서까지 사진을 찍어대고 싶지 않았다. 카메라를 껐다. 벽돌 한두 장 크기의 좁은 구멍사이를 헤집고 들어온 바람이 희미한 신음소리를 실어 내 귀로 스며들었다. 교회의 뜰 안에는 당시 노예들의 모습을 조각해놓은 작품이 있다. 목을 죄는 녹슨 쇠사슬이 이마 위 따가운 햇살에 데워져 고통스러웠겠다. 옆에 있는 사람이 가족이라면 더 슬프겠지. 스르르 감겨진 눈을 도망치듯 떠버렸다. 평화롭고 여유롭기만 했던 잔지바르의 속살을 들여다보니 아프리카의 아픈 역사가 숨어있었다.

속살을 들여다 본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교회 예배당 안에서 만난 현지인 가이드가 아프리카 사람들의 속살을 보여줬다. 유창한 영어에 거침없이 교회를 설명하는 모습 봤을 때 이 일을 제법 오랫동안 해 온듯했다. 그의 고객인 서양인 두 사람은 교회의 역사보다는 바깥의 무더위로부터 구원 받은 것에 더 감사하고 있는 듯 했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을 챙이 넓은 모자로 부채질 하며 그의 말을 흘려듣고 있었다. 그 역시 설명 중 쓰고 있던 하얀 모자를 벗었다. 이마에 선이 보였다. 뭔가 싶어 그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한 걸음 다가가 흘낏, 한 번 더 봤다. 피부색이 달랐다. 우리가 화이트닝 로션을 바르는 것처럼 그가 피부를 좀 더 검게 해주는 기능성 로션을 바른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그것은 피부가 그을린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 흔히들 아프리카의 흑인들이 타지에 비해 더 검다고 말하는 것은 햇볕에 그 만큼 더 노출되어 그을린 것일 뿐이었다. 

겉으로 흘려보면 휴양지 같던 잔지바르에서 아프리카의 또 다른 진실과 마주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을 그리 보내고 다시 뭍으로 나왔다. 다음 여행지인 말라위까지 또 3일정도 트럭으로 이동한다. 이제는 저마다 시간 보내는 법을 터득한 듯 창밖의 풍경처럼 시간을 자신만의 것으로 흘려보낸다. 그러고 보니 이제 이링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아프리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탄자니아와 이별이다.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그동안 익힌 '잠보, 하쿠나 마타타, 뽈레뽈레, 까티야 키로고 등'의 말은 케냐, 탄자니아 쪽에서 쓰는 스와힐리어라서 말라위 국경을 넘으면 언어가 달라져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만들다만 '아산테 사나'가 생각났다. 그래, 탄자니아를 떠나기 전에 완성해보자. 가사를 다듬고 구성을 만들었다.

Asante Sana

작사: 이한철, 복태 작곡: 이한철 

Asante, Asante Sana 
Karibu, Karibu Tena 

처음으로 아프리카 왔습니다. 입도 뻥끗 못하지만 즐겁습니다. 
어쨌건 저쨌건 나나나나 나나나나나 

서울은 1월이라 춥습니다. 아프리카는 1월인데 덥습니다. 
어쨌건 저쨌건 나나나나 나나나나나 

Asante, Asante Sana 
Karibu, Karibu, Tena 


아프리카 여행기 3편 '탄자니아 아루샤에서 첫 캠핑'에서 만들다 만 곡을 완성시켰다.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 노래를 주고 받는 식의 합창곡인데, 혼자 부르다보니 여자 부분을 가성으로 불렀다~^^ 

Asante: 감사합니다, Sana: 매우, Karibu: 환영합니다, Tena: 또 다시 라는 뜻을 가진 스와힐리어.


이한철이 보내온 음악 <Asante Sana> 들으러 가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