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이든 럭셔리관광이든,
여행지에서 '먹거리'의 중요성과 의미는 대단하죠.
아마도 대부분의 여행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수도 있을 겁니다.
특히 그 지역에서만 맛볼수 있는
전통음식과 길거리음식은
그 가격과 모양새는 전혀 다르지만,
여행지의 문화를 가장 잘 답고 있으며 또한 즐겁게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도 어렵지 않은 공정여행의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음식 VS 길거리음식>
개인적으로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는 '길거리 음식'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물론, 전통음식들은 일반적으로 가격대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죠.)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길거리 음식을 사먹으며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이야기나눌수 있고,
그 음식들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들을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여러 공정여행 수칙들 중에 '군것질''길거리음식' 맛보기가 들어있을 겁니다.)
공정여행에 다가가는 가장 쉽고도 즐거운 방법!
길거리 음식 군것질 하기,
Melting Pot, Big Apple - <뉴욕>편을 공개합니다.(2008년 작성)
(밤늦은 시간에 포스팅을 보시다가 배고픔과 싸우게 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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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미국 기차 일주 일정의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뉴욕 여행.
미국내에서 물가가 높기로 유명한 뉴욕에서 2주일이나 버틸 수 있었던 건
인터넷으로 극적으로 찾아낸 , 아침 식사 포함 1박 20불의 호스텔.
그리고 5달러로 세계를 맛볼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거리음식들!!!
2달의 미국 여행 기간 동안 진정한 길거리(카트) 음식을 맛볼 수 있었던 곳은 뉴욕 뿐이었다.
자, 그럼 떡볶이 대항마들의 면면을 살펴 보실까.
아, 선수 선정 기준은
1. 6달러 이하일 것,
2. 거리에서 팔거나 구멍가게 크기의 음식점에서 팔릴 것.
3. 실제로 뉴요커들에게 많이 먹히고 있을 것.
4. 1/2/3의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한끼 식사로도 충분한 양을 가지고 있을 것.
이상의 극히 주관적인 4가지로 심사.
※ 소식주의자 라띠노뱅의 기준이니 다른이들에겐 간식정도일 수도 있습니다.
SOHO에 들른 무지하게 추웠던 뉴욕에서의 2번째날.
소호와 트라이베카의 경계선 쯤에 있는 Sparky's 라는 핫도그,/커피 가게.
유리창으로 사방이 막혀있다고는 해도 바깥의 기온과 전혀 차이가 나지 않아서
매서운 뉴욕의 기운을 실내에서도 느낄 수 있게 배려하고,
발 아래로 지하철이 지나가고 있음을 테이블의 흔들림으로 고스란히 알려주는 친절함을 갖춘
개성있는 인테리어는 '과연 SOHO구나'라는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어쨋거나 조리시간 15초의 저 핫도그는 꽤나 맛있다.
(아, 미국에서 왜 이 음식을 'Hotdog'냐 라고 질문을 던지고 다녔는데 명쾌한 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다만 우리가 '땅콩'을 '땅속에서 뿌리에 자라는 콩'이라는 단순한 어원을 의식하지 못하듯이,
미국인들에게 <'Hotdog'라면 '뜨거운 개'라는 뜻인데 음식의 이름으로는 이상하지 않느냐>라고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며 '뜨겁게 익혀진 개'를 상상하며 거의 실신직전의 상태로 치닫는다.
(그야말로 떡실신)
저 핫도그 가게의 잘생긴 점원분은
"아마도 닥스훈트처럼 길쭉해서 그런게 아닐까?"라고 쿨하게 대답하더랬다.
(닥스훈트 : 몸뚱이가 길쭉하고 다리가 짧은 강아지. 예전에 키우던 제 닥스훈트 녀석 사진첨부^^)
<2번 타자 - 바쁜 뉴요커의 아침을 책임진다, 커피&베이글>
서울시민들보다야 그래도 훨씬 덜 바빠보이는 뉴요커들의 아침을 가장 많이 책임지고 있다는 <커피 + 베이글 세트>
빵과 커피만으로는 금방 허기가 오기 때문에 크림치즈나 베이컨, 달걀 등의 콤비네이션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보다시피 시간은 많고 돈은 없는 배낭여행객인 나는
출근시간이 훌쩍 지난 늦은 오전에 느긋하게 가게의 창가자리까지 꿰차고 앉아 3.5달러 짜리 아점(브런치)을 즐겼다.
역시나 또 무지하게 바쁘시다는 뉴욕 시민들의 또 다른 영양식, 뉴욕식 피자.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의 아우성 때문에 빨리 익혀내려다 보니 도우가 얇아졌다고 한다.
애초에 이른바 고상한 뉴요커들이 바삭하고 얇은 도우를 좋아해서 뉴욕식 피자가 생긴게 아니란 게다.
(이탈리아 출신인 주인 아저씨의 설명이고, 음식의 기원이란게 따지기 힘든 거니까 뭐 믿거나 말거나지만 왠지 설득력있는;;)
그런데 뉴욕의 밤거리를 매일 걸어다니며 보고 느낀 뉴욕식 피자의 진실은
사실, 이 뉴욕식 피자가 우리네 해장국과 같은 기능도 한다는 거다.
'안주'를 따로 거의 먹지 않는 이들은 맥주를 잔뜩 마신 후에 배가 고파옴을 느끼곤
마치 우리가 막차로 '감자탕'을 둘러않아 먹듯이
삼삼오오 길거리에 둘러서서 '피자'를 한조각씩 먹고 헤어진다는 게다.
상상하기 힘들다구?
음, 안주없이 술 먹으면 그렇게 된다.
피자 잘 안먹는 나도 새벽2시에 피자 2조각이나 먹고 집으로 돌아와보았으니.
(게다가 은근 괜찮은 해장방법이다. *.*)
사진처럼 비교적 작은 조각은 2달러 정도.
<4번 타자 - 괜히 4번 타자가 아니다, 필라프(Pilaf)>
쓰러져가는 가난한 배낭여행객을 살린 구세주, 필라프.
중앙아시아지역의 볶음밥이라 할 수 있는 필라프의 특징은 '든든함'이다.
(아, 봉투에 담아서 들고다니느라 음식이 좀 지저분해졌다. 더럽지 않아요...;;;;)
5달러 정도를 지불하면
즉석에서 '양고기 + 각종야채 + 카레밥 + 독특한 소스'의 콤보로 이루어진 진수성찬을 맛볼 수 있다.
DMC의 쿵쿵쾅쾅 힙합음악을 흥얼거리며 춘천닭갈비 아르바이트생 이상의 박력을 보여주면서
양고기를 철판위에 후루룩 볶아주던 흑인 아저씨의 필라프를 워싱턴 스퀘어 가든에 앉아 먹고나니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야'라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될 정도로
호랑이 힘이 솟아났다.
이민 3세대 African-American이 만들어주는 중앙아시아 음식을 길거리에 앉아서 먹고 있는
정체불명의 작은 동양청년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곳.
모든것이 다 섞여서 위태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매력은 이런 게 아닐까.
두번째 필라프 사진은 터키에서
이주해온,
라이언 긱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염을 가진 아저씨가 정통 아랍 스타일로 만들어준 필라프.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쳐서
미안하지만 맥도날드에 들어가서 자리를 훔쳐 도둑 식사를 했더랬다.
튀긴 양고기에 튀긴 감자, 야채 볶음밥에 엄청 강한 향을 가진 소스를 얹은 이 음식은
그야말로 '무겁다'.
평상시 식단의 5배 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한 나는 이후 2끼를 거를 수 밖에 없었다.
뉴욕을 헤멜 모든 가난한 배낭족들이여, '필라프'가 보이면 일단 사먹으라.
여행은 일단은 생존이지 않은가.
<5번 타자 - 백년 만의 현미잡곡밥, steamed rice lunch special.>
칼바람 불던 2월 19일, 추운 날씨 때문에
pier 83의 크루즈 운항이 중단되었다는 날벼락같은 소식을 접하고
풀죽어 돌아오던 내게 힘을 북돋아 주었던 잡곡밥.
동부의 겨울을 제대로 느끼며 웅크리며 걷고 있던 나는
압력밥솥에서 나오는 뜨겁고 구수한 냄새를 맡고선 화들짝 놀라 옆 가게를 보았다.
[soul fixin]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는 이 가게는
세상에, 뭔가 쪄내는 김이 유리창에 가득 서려 있었다.
본능적으로 가게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5.95 달러를 지불하고 압력솥에 쪄낸 잡곡밥, 야채와 미국식 치킨에 소다음료를 먹었다.
몸짱 흑인 형님이 해주시는 잡곡밥에서 어머니의 정성이 느껴졌다고 하면 거짓말일까?
날씨가 왜이리 변덕인지, 저 날은 비가 왔더랬다.
빠른걸음으로 지하철역을 찾다보니 어느새 차이나타운에 들어서있던 나는
가게에 매달린 족발과 훈제닭 등을 보고 식욕이 급증하고 말았다.
비싸고 맛없기로 악명높은 코리아타운보다
차이나타운을 선호하게 된 건 순전히 이 족발밥 때문인지도.
4달러에 간장양념이 쏙 빼인 따끈한 족발2개와 무한리필 쌀밥을 먹자니
이렇게 다양한 음식들을 골목골목에서
쉽게 맛볼수 있는 뉴요커들이 조금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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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내 블로그 http://www.cyworld.com/spotail2/349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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