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석 트래블러스 맵 대표(축제자문위원)
보은에서 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구병아름마을로 가는 길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충북에서
저수지로는 두 번째로 크다는 삼가저수지를 따라가는 길은 막바지에 이르면 1차선 도로로 바뀌며 마을의 정취를 미리 실감하게 한다.
고속도로가 없었다면 오지 중에서도 오지에 속할 이 마을은 정감록에서 피란처로 언급될 정도로 첩첩산중 한가운데 있다. 때문에 구병아름마을의 가장 아름다운 자원은 그 천연의 자연 그 자체다.
사람들이
메밀꽃 축제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꾸준히 이 마을을 찾는
이유는 앞뒤로 빽빽이 들어찬 산과, 마을을 둘러싼 오래된
소나무들과, 다 합쳐서 30가구밖에 살지 않는 고즈넉한 정서 때문이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숙박시설에는
텔레비전이 없는데, 그것이 의도적인 것이든 아니든 그 고즈넉한 정서를 한층 강화시키는 요소가 되었다.
사실 이 마을에서 매년 9월에 열리는 메밀꽃 축제가 그리 특별한 것은 못된다. 물론, 마을 곳곳에 매년 씨를 뿌려 가꾸고 있는 메밀꽃은 그 꽃이 한창일 때 무척 아름다운 장관을 이룬다.
하얗게 지천에 덮인 메밀꽃밭 사이를 한가로이 거니는
가족의 풍경은
캘린더 사진에 나올 법한
그림이다. 거기에 지나치게 꾸미거나 요란하게 떠들지 않는 작은 체험과 공연들, 메밀로 만든
먹을거리가 풍성한 메밀꽃 축제는 충분히 괜찮은 작은 축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축제를 정말 특별하게 만드는 힘은 마을 그 자체가 가지고 있다. 그것을 새삼 강조해야 한다.
매력적인
관광지로 급부상한 지역의 공통된 특징은
경제적 이익에 집착한 과도한 개발로 결국 관광지로서의 매력마저도 잃은 채 버려진다는 것이다.
구병아름마을의 작은 성공은 아직 괜찮은 단계에 있다.
축제 일수를 늘려 집중되는 수요를 분산시키고, 마을의 시설들을 최대한 이용하며,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고,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축제를 준비하는 등의 정성들인 노력들은
건강한 마을 공동체의 존재를 과시한다.
바라는 것은 그 마을 공동체가 마을의 매력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주도권을 가지고 발전의 다음
방향을 세심하게 가다듬어가는 일이다.
구병아름마을과 그곳의 메밀꽃 축제가 더 매력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다음 단계는 마을의 이야기를 잘 만들어가는 것이다.
150년 전부터 시작되었던 마을의 역사, 6ㆍ25 당시 피란민들과 화전민들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소나무에 얽힌 사연들 등등이 풍성하게 구성되면 구병아름마을은 자연이 아름다운 마을을 넘어 살아있는 감동을 전하는 세계적인 마을이 되기에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여행자가 기억하는 것은 딱 두 가지다. 그 중 하나가 자연이다. 그점에서 구병아름마을은 훌륭하다. 여행자가 기억하는 또 다른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인, 그곳의 사람들 이야기를 갖출 수 있다면 구병아름마을에 더 바랄 것이 없겠다.